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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하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동일본 대지진의 학습효과는 약했다.

 15일 오후 2시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 전국에서 민방위훈련이 열리는 시간에 이 지역에서는 ‘지진해일(쓰나미) 대피훈련’이 시작됐다. 임원항은 1983년 5월 26일 일본 혼슈(本州) 아키타(秋田) 지진(규모 7.7) 해일로 3명이 사망·실종되고 2명이 부상했던 곳이다. 당시 81척의 선박이 파손돼 3억9000여만원의 재산 손실을 보기도 해 쓰나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훈련이 미숙했는지 한가했다. 민방위훈련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서 훈련이 시작됐지만 참가한 주민은 30명이 채 안 됐다. 훈련을 독려하고 유도하기 위해 임원항에 나온 공무원이 50여 명으로 더 많았다. 훈련은 일본 아키타에서 규모 8의 지진이 발생하고 이어 쓰나미가 원덕1리를 덮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실제라면 이 지역이 대부분 바닷물에 잠긴다.

 노란 조끼를 입은 유도 대원들이 임원회센터와 마을을 돌며 대피를 유도했다. 그러나 대원의 지시를 따르는 이는 많지 않았다. 회센터 50여 개 점포 가운데 손님이 없는 점포 주인 일부와 식사를 끝내고 일어선 관광객 10여 명이 따라 나섰을 뿐이다. 대부분의 점포에서 관광객은 경보에 아랑곳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회센터에서 50여m 떨어진 주차장 대피소에 모인 주민과 관광객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관광객 이모(66)씨는 “방송을 통해 동해안 일대에서 지진해일 대비 훈련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과 삼척시는 임시 대피소인 임원초교에 주민이 대피하면 쓰나미에 대한 간단한 교육도 할 계획이었지만 학교에 대피한 주민이 2명에 불과해 취소했다. 자동차로 대피한 유모(46·여)씨는 “훈련에 꼭 참가하라는 공무원의 얘기에 따라 학교에 왔는데 둘밖에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쓰나미 대피훈련이 실시된 강릉시·동해시·포항시·경주시 등 동해안 지역 12개 시·군에서도 이런 맥없는 훈련이 되풀이됐다. 민방위훈련 하루 전 갑자기 쓰나미 훈련을 추가하면서 준비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소방방재청 최병진 사무관은 “갑자기 쓰나미 대비 훈련을 해서 그런지 주민 참여가 낮아 당황했다”며 “문제를 보완하고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피 요령=15일 소방방재청과 서울시가 내놓은 행동요령을 종합하면, 낙하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진 발생 시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거나 가방, 심지어 양손으로라도 머리를 감싸도록 권고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파트 주민은 출구부터 열어놓아야 한다. 아파트는 지진 충격이 가해지면 현관문이 휘어져 안에 갇힐 수 있다.

 바깥에 있을 땐 가급적 고층빌딩을 찾아가는 게 상책이다. 1988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선 내진설계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는 3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도 내진설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신축 건물을 찾아내는 눈썰미도 필요하다.

삼척=이찬호·양원보 기자

지진 발생 시 대응 요령

실내에 있을 때

■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거나 방석으로 머리를 감싸면서몸을 보호

■ 아파트에서는현관문을 열어 출구 확보,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비상계단 이용

■ 진동 멈춘 사이 화재 예방 위해 전기 차단 및 가스 잠금

■ 지하공간은 갇힐 위험 커 대피장소로 부적절

실외에 있을 때

■ 내진 설계 가능성 큰 고층건물이나 3층 이상 신축건물로 들어가야

■ 시설물 없는 공터나 운동장이 제일 안전

■ 지하철 승차 시 고정된 물건 잡고 안내방송 따라야. 밖으로 나가면 감전 위험 높아 위험

자료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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