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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 자동차·철강 단기 호재 … 정밀금속·기계엔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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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진으로 인해 불이 난 일본 이치하라시 코스모오일 지바제유소에서 12일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여파는 복합적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업종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본과 경쟁하는 업종이라도 중간재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업종엔 악재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지진이 일본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반도체 기업은 내진 설계가 잘돼 있는 데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동북부 지역이 아닌 서부 지역에 주로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반도체 업체가 일시적으로 생산과 운송에 차질을 빚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 역시 국내 업계엔 그리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론 일본의 소재·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일본 반도체업체의 생산·유통 차질은 반도체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본이 생산 중인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부족으로 향후 한국 업체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중간재 수입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정밀금속·기계 등의 분야는 일본 대지진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외국인 여행객 중 일본인 비중이 34%에 달하는 항공·여행업, 철강 가격이 급등할 경우 타격이 우려되는 조선 업종은 이번 대지진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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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일 수입 의존도가 낮은 정유·화학 업종과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이 심한 자동차, 일본 기업의 피해가 큰 철강업체는 이번 지진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본 철강업체는 주요 시설이 주로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체 대일 수입에서 자본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라며 “중간재 수입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일본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면 클수록 시장 리스크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정유·화학 업종의 경우 일본 정제시설 가동 중단으로 국내 업체들이 단기적으로 반사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코스모오일의 정유설비(하루 22만 배럴 생산)가 화재로 폐쇄되는 등 상당수 일본 정유업체가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또 일본 자동차 업계는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품질 관리에 비상이 걸린 데다 ▶수출 지연 ▶10%로 예상되는 내수 판매 급감 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부품업체 피해까지 고려하면 일본 자동차 업체의 해외 수출 납기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이 나는 일본 내수 침체로 일본 자동차 업체의 수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기업·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본펀드는 수익률 하락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진과 쓰나미로 건물의 피해가 큰 만큼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펀드’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일본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로는 ‘프랭클린템플턴재팬플러스자’와 ‘푸르덴셜일본주식&리츠1’ ‘신한BNPPTops일본대표기업1’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전환자1’ ‘하나UBS일본배당’ 등이 있다. 제로인 신건국 연구원은 “최근 일본 펀드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수익률이 상승세를 탔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규·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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