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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수부 폐지는 입법권 남용” … 국회 “권력 쫓는 무리한 수사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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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검찰이 1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경찰 수사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김준규 검찰총장. [중앙포토], [김형수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10일 발표에 대해 검찰은 ‘입법권 남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와 수사의 칼자루를 쥔 검찰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대검 한찬식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과연 국민을 위한 개혁안인지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며 ‘전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위 공직자·정치권 비리, 대형 경제범죄 등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것은 부정부패의 파수꾼을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한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명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부를 없애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뒤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변인은 판검사 범죄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청 설치에 대해서도 과거 특별검사 수사의 실패 사례를 들어 “더 심각한 예산과 인력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사에 대한 경찰관의 직무상 복종 의무를 없애고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부여하는 것도 “인권보장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사진은 특위 6인 소위의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왼쪽)과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조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김형수 기자]


 이에 대해 특위의 야당 간사인 김동철(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중수부는 검찰총장 직속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권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작위적이고 무리한 수사를 해 왔다”며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중수부 폐지 논란은 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됐다. 2004년 법무부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를 추진하자 송광수 당시 총장이 “중수부 수사가 지탄받으면 내 목을 먼저 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9년 중수부 수사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폐지론이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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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은 입장 유보, 경찰은 “올바른 결단”=대법원 홍동기 공보관은 법원개혁안에 대해 “앞으로 논의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만 언급했다. 대법관을 현재의 14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안이 발표되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으나 오후 들어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사개특위가 “이번 정부에서는 증원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아직 논의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법원 관계자는 “최고법원은 전원합의로 판결을 내리는 게 원칙인데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과연 그 원칙을 이행하기가 수월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의 입장’ 자료를 통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복종 의무 삭제와 수사 개시권 부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을 명령 복종관계로 규정한 시대착오적인 검찰청법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단”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판검사 퇴임 후 1년간 전임 근무지 관할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전관예우’ 방지 대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글=조강수·최선욱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대검 중수부=1981년 설립 이후 5공 비리, 수서 비리,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사건, 대선자금 등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했다.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직으로 산하에 수사기획관실과 중수 1·2과, 첨단범죄수사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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