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콜'에 극도 과민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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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휴대폰과 냉장고 등 자사 제품에 일부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공개 `리콜''을 통해 수리하지 않고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무상애프터서비스''라는 방식으로 처리, 소비자단체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휴대폰 `애니콜'' 가운데 작년 12월 이전 판매된 일부 제품에서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로 2000년 1월1일 이후 날짜와 시각이 잘못 표시될 수 있는 점을 확인, 고객들에게 안내문 발송을 통해 해당 제품의 소프트웨어 교체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문단속 냉장고''의 냉기제어 밸브 결함으로 11개 모델 1만1천대에 대해 비공개리에 `무상 부품 교체''를 진행하다 소비자 단체의 문제제기로 마지 못해 `리콜''에 나서는 촌극을 빚었다.

당시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문제의 부품이 냉장고의 핵심 기능에 관련된 부품인 만큼 리콜을 통해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삼성전자는 "리콜이 아닌 공개무상수리를 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부품교체 대상 1만1천대의 냉장고 가운데 일부가 유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사후 개별통보를 통해 비용을 환불해 줬다.

또한 지난 8월초에는 에어컨 일부 모델에 냉방력이 떨어지는 하자 발생 가능성이 발견됨에 따라 해당제품에 대해 공개무상 수리를 실시했으나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에어컨 설치불량으로 냉매가스가 유출돼 냉방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면서 결코 `리콜''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리콜''이 일반화된 자동차업계에서는 차량구입 고객이 전산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안내문 발송만으로도 빠짐없이 리콜대상 차량에 대한 수리가 가능하지만 완벽한 사후관리를 위해 언론에 `리콜'' 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의 경우 제품 구입후 고객이 고객관리카드를 작성, 회사로 제출하지 않는 한 제품 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내문 발송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한 공개적인 `리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소비자 단체의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해당제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위해를 끼칠만한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여서 공개적으로 `리콜''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리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아직 부정적인 만큼 `리콜'' 용어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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