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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대형재해 맞설 사회방패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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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곽재원
대기자

지진·홍수·폭설·구제역·조류 인플루엔자·신종 인플루엔자·테러 등 높아지는 재해 리스크에 맞설 국가의 종합적인 관리체제가 절실해졌다.

 최근 발생한 뉴질랜드 지진은 사망·행방불명자가 300명이 넘는 대참사로 피해액은 약 80억 뉴질랜드 달러(약 6조5000억원), 이에 따른 보험금은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미국 금융회사 JP모건 체이스는 추산했다.

 세계 지진의 20%가 발생하는 일본에 이어 지진 다발국가인 뉴질랜드는 지진대책의 선도국가로 알려져 있고, 지난해 8월 ‘자연재해연구 플랫폼’을 창설해 향후 10년간 약 1200억원을 들이는 첨단 연구를 시작했지만 속절없이 당했다.

 올 들어 발생한 중남미와 호주의 홍수, 중국의 가뭄은 세계적인 곡물·육류가격 폭등을 몰고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 1월 주요 식료가격지수가 과거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설탕 값은 사이클론이 호주의 사탕수수밭을 휩쓴 탓에 2002~2004년 평균치의 4배 이상 급등했다. 주요 20개국(G20)이 세계 인플레 대책을 짜고 있는 이유다.

 아시아방재센터에 따르면 과거 9년간(2001~2009년) 세계 전체에서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약 78만 명에 이르며 그 태반이 저소득국(66%), 중저소득국(28%)에 집중하고 있다. 벨기에의 루벵 가톨릭대학 역학연구소(CRED)의 통계(1970~2008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억6000만 명이 재해를 입고, 약 10만 명이 목숨을 잃어 약 400억 달러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재해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그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경제 피해액은 수백억~천수백억 달러로 추계되는 사상 최대 규모다.

 2년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돼지 인플루엔자에서 변이한 신종 인플루엔자가 보다 맹독성 있게 발전한다면 세계에서 최소한 140만 명이 생명을 잃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8%인 약 3300억 달러의 재정적 손실이 생길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도 있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세계 경제가 깊이 상호의존하기 때문에 한 지역, 한 나라의 리스크가 지역과 나라를 넘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번진다. 이 같은 예측불가측성 때문에 국가적·세계적 대응과 하드웨어(관리 시스템)·소프트웨어(경험·정보·지식공유)적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먼저 각국 정부가 부서 간의 담벽을 허물어 정보공유와 정책제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부서의 벽을 깨지 않으면 결코 완결형 대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각적인 정책형성·평가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독립적인 정책 평가연구기관, 비영리 싱크탱크 등이 지속적인 검증과 리뷰를 통해 정책을 보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사회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어 내는 길이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인력·예산 등 자원의 확보다. 이 점에서 미국과 일본은 100배나 차이가 나고 우리나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

 경제통합은 이뤄졌지만 대규모 예산 마련이 쉽지 않은 유럽연합(EU )의 대책은 교훈거리다. EU는 3년간(2006년 7월 1일~2009년 6월 30일) ‘리스크 브리지 프로젝트’를 만들어 줄기세포, 나노테크놀로지, 기후변화, 하천의 퇴적토, 전자파, 방사성 폐기물 등 6개 기술 분야의 리스크를 조사했다. 현존하거나 장래 예측되는 리스크를 관리할 적정 모델을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

 국가의 종합적이고 횡단적인 관리체계는 국민들을 동참시키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위기 소통)과 ‘소셜 테크놀로지’(사회성 기술)의 활용을 넘어 국제협력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일 정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가 첨단기술로 국가재앙에 대처하자며 국가 어젠다 프로젝트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오는 14~1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재난구호훈련에 참가키로 한 것이나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구제역 종합포털을 개설한 것도 주목할 일이다.

곽재원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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