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내로라하는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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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나누는 세계 지식인의 축제 TED 콘퍼런스엔 매년 ‘내노라하는 인사’가 연사로 나선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이다.

 이 모임을 빛내 왔던 이들을 가리켜 ‘내노라하는 인사’란 표현을 사용해도 될까? ‘내로라하는 인사’로 바뤄야 한다.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는 뜻의 말은 ‘내로라하다’이다.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되살리기 위해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나서 다양한 제안을 했다”와 같이 써야 바르다.

 ‘내로라하다’에서 ‘내로라’는 옛말 형태가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다. 대명사 ‘나’에 서술격조사 ‘-이(다)’, 선어말어미 ‘-오-’, 어말어미 ‘-다’가 결합한 것인데 중세국어에선 ‘-오-’가 서술격조사 ‘-이(다)’ 뒤에서 ‘-로-’로, ‘-다’가 선어말어미 ‘-오-’ 뒤에서 ‘-라’로 바뀌는 현상이 있었다. ‘나’와 ‘이’가 결합해 ‘내’가 되고, ‘오다’가 주위 환경에 의해 ‘로라’로 변하면서 ‘내로라’가 됐다고 보면 쉽다.

 ‘내로라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하나의 단어로 올라 있으므로 “내로라 하는 인사”처럼 띄어 써서는 안 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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