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페셜 리포트] 차 디자이너는 ‘일 중독 + 카 가이’ 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전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 디자인을 이끄는 이들 명장 디자이너는 ‘워크홀릭(일 중독)’이자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사랑했던 ‘카 가이’였다. 밤샘 작업은 수도 없이 했고 “쉬는 날도, 여행 가서도 스케치를 한다”고 했다. 회사 경영진이기도 한 이들은 손쉬운 예를 들어가며 어려운 디자인 요소를 쏙쏙 머리에 박히도록 설명해줬다. 이들은 자동차 디자인에선 엘리트 코스를 달렸다. 학력도 디자인 분야 최고 수준이다. 네 명 중 세 사람(칼럼·질라프·바그너)이 영국 런던 왕립예술학교(RCA) 동문인 게 이채롭다.

 눈길을 끈 공통점은 이들이 디자인한 신차가 모두 올해 중앙일보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BMW 5시리즈, 아우디 A8, 재규어 XJ, 벤츠 SLS AMG가 그렇다.

 재규어의 이언 칼럼(57)은 현존하는 최장수(12년째) 디자인총괄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영국 스포츠카인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을 현대화해 명성을 얻었다. 그의 동생 머리 칼럼도 RCA를 나와 포드에서 같이 일해 형제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머리는 마쓰다 디자인총괄을 거쳐 현재 포드 디트로이트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다. 그는 “중앙일보 ‘올해의 차’에서 XJ가 뽑히면 한잔 사겠다”고 말했다.

 아우디의 슈테판 질라프(49)는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친절한 태도와 화술이 인상적이다. 인테리어의 마술사로도 불린다. R8·A8 등 아우디의 현대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언론을 만나는 그는 아우디의 디자인 철학을 알려주기 위해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점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신감으로 느껴진다. 그가 디자인한 R8 스파이더는 올해의 차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BMW의 호이동크(47)는 최장신(1m95㎝) 디자인총괄이다. 기자와 여러 번 만난 그는 항상 신차를 앞에 두고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는 특이하게도 2년간 GE에서 상품 디자이너를 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9년 갑자기 은퇴, 살아 있는 전설로 남은 크리스 뱅글(전 BMW 디자인총괄)과 10년 이상 호흡을 맞췄다. 뱅글이 2000년대 초반 도입한 5, 7시리즈의 파격적인 변신(뱅글 엉덩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을 우아하게 다듬었다는 평을 받는다.

 벤츠의 고든 바그너(43)를 만나면 젊음의 힘이 느껴진다. 그를 통해 ‘보수적인 중장년층 부자 고객’에 친근한 벤츠 디자인을 젊게 바꿔보겠다는 변신이 느껴졌다. 그는 2008년 디자인총괄을 맡아 전임자가 해놓은 네모나게 각진 GLK와 GL SUV의 디자인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또 요즘 경쟁 차에 뒤진다는 평을 받은 인테리어의 변혁도 자신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SLS AMG를 내놓아 ‘아직 벤츠를 맡기에는 어리다’는 평을 일순간에 잠재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