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등 신입생 엄마, 어떻게 가르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는 학습태도를 배우고 공부에 대한 재미를 찾아야 한다. 무리한 선행학습은 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다. 초등 1학년에 맞는 과목별 학습법을 알아봤다.

무리한 선행학습은 수업 흥미 떨어뜨려

 서울 유석초 정명숙 교사는 “초등 1학년 때 바른 학습태도를 꼭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바른 자세로 앉는 법 ▶바르게 연필 쓰는 법 ▶정해진 시간에 학습과제를 끝내는 법 ▶딴 생각 안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른 학습태도가 바른 학습습관을 만들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명숙 교사는 “올바른 학습태도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업성취도에 힘을 더해준다”며 상위권대학으로 가는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기에 바른 학습태도를 가르치지 않고 학원들만 쫓아다니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학기 초에 집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바른 자세로 앉는 법을 먼저 훈련시킬 것”을 제안했다. 책상에 20~30분 동안 앉아 책을 낭독하게 하는 방법이다. 책을 낭독하면 읽기 능력이 향상되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때 부모는 아이가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교과서 문제를 먼저 풀어보는 등 무리한 선행학습은 수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명숙 교사는 “수업시간에 놀거나 딴 짓을 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집에서 문제를 이미 풀어온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교과서를 미리 읽고, 문제에 대한 답이 뭘까 고민해보는 정도에서 선행학습을 해야 수업에 대한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

과학·세계사·한자는 학습만화 활용

 아이가 공부 잘하게 만드는 한 방법으로 정명숙 교사는 독서를 꼽으며 “둘도 없는 과외선생님”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다양하게 읽으면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이해력이 빨라져 공부에 자신감이 붙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은 못 읽게 하고, 권장도서만 골라 읽히는 엄마들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책을 고를지 모를 땐 권장도서를 선택해도 좋지만 권장도서만 고집하면 독서편식을 일으키고 사고의 폭을 좁히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책을 읽게 하려면 아이와 책 사이의 거리부터 좁혀야 한다. 아이가 집에 있을 때 아이가 활동하는 모든 장소에 책을 둬야 한다. 높은 장식장에 책을 꽂아놓고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탄해선 안 된다. 정명숙 교사는 “책 읽기에 흥미를 붙이지 못한 아이에게는 글자 수가 적은 책부터 읽게 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다른 아이와 수준을 맞춘다고 글자가 빽빽한 책을 억지로 읽게 하면 책과 담쌓고 지내기 쉽다”고 말했다.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겐 학습만화를 읽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습만화는 아이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의 문을 쉽게 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원리를 쉽게 알려주는 과학, 범위가 넓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사와 역사, 딱딱하고 재미없는 한자 등은 학습만화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은 글로 읽어야 한다. 문학작품은 글 자체로도 배울점이 많고, 글로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외출하며 호기심 자극

 수학과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의 경우엔 아이의 생활 속에서 학습내용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수학은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가 문제 풀이 기술만 가르쳤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엔 수학문제 출제 방식도 사고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출제가 늘어나는 사고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등 1학년 때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런 습관을 갖추지 못하면 문제풀이에도 시도하지 않고 포기부터 하기 때문이다.

 정명숙 교사는 “한 달에 문장으로 서술된 문제를 1~2개 풀게 하는 것도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1+1=2’보다 ‘집에 나 혼자 있었다. 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왔다. 집에는 모두 몇 명이 있을까?’식의 문제를 활용하라는 의미다. 다양한 도형을 거울에 비친 모습을 상상해 그려보게 하는 것도 좋다. 집안 벽에다 1부터 50까지의 숫자를 붙여놓고 가족과 놀이로 수 세는 법을 익히면 학습속도를 높일 수 있다.

 슬기로운 생활은 사회와 과학이 합쳐진 교과목이다. 생활 속에서 체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 일산 백신초 정은영 교사는 “이 시기는 아이들이 구체적인 조작물을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하면서 습득하는 연령기라 다양한 체험학습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가 주변 환경에 호기심을 갖고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이웃과의 관계, 등굣길에 접하는 여러 현상, 동물·식물과 같은 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외출할 때 아이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다. ‘저 나무는 뭐야?’ ‘왜 겨울에는 나무에 나뭇잎이 없을까?’ ‘경찰서는 뭐하는 곳이야?’ ‘자동차의 좋은 점은 뭐지?’ 하는 식으로 아이를 둘러 싼 환경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는 먼저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아이의 질문에도 바르게 대답해줘야 한다. 모른다고 얼버무리면 아이는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모를 경우엔 “엄마도 잘 모르겠다. 같이 알아보자”며 자료를 찾는 습관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즐거운 생활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놀이, 표현, 감상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함양하는 교과다. 노래를 부르기 싫어하는 아이는 노래방 체험을 하고, 만들기를 못하는 아이는 부모님과 쿠키를 빚으며 만들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정은영 교사는 “주말에 교과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전시회나 음악회를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습법

1.바른 자세로 앉는 법을 가르친다.
2. 바르게 글씨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3. 정해진 시간에 학습과제를 끝내도록 한다.
4.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한다.
5. 연산능력보다 사고력을 키워준다.
6. 체험학습을 되도록 많이 한다.
7. 생활 속에서 학습을 즐기게 유도한다.
8. 선행학습은 교과서로 하지 않는다.
※도움말=서울 유석초 정명숙 교사, 경기도 일산 백신초 정은영 교사

[사진설명]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습태도에 대한 바른 습관을 갖고 수업에 대한 흥미를 키워야 고학년 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3일 서울 미동초 1학년 아이들이 ‘학교생활 첫 걸음’ 책을 받은 뒤 교사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김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