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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뛰는 향토인] 리사페이지의 김석주 사장

중앙일보

입력

김석주(金石柱.50)씨. 경북 영주가 고향인 그는 지난 7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가 여느 이민자와 다른 점은 세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金씨가 가진 것이라곤 2급 전자기술자격증과 여비 6백달러가 전부였다.

그로부터 23년-. 지금은 연간 매출 1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통신회사인 뉴욕 '리사 페이지'(LISA PAGE)의 사장으로 변신했다.

리사라는 브랜드의 호출기와 휴대폰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96년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미연방통신국(FCC)으로부터 전파사용허가를 받아 15개 송신소를 설립, 자체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

金사장은 기자와의 전화에서 "리사가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호출기와 휴대폰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신회사의 하나가 됐다" 고 소개했다.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신체장애라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에서 출발했다.

"소아마비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영주를 떠나 강원도 외가에서 서당을 다녔어요. 다리가 불편하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습니다." 중학교 졸업후 서울에서 중고 전자제품 수리점포를 꾸렸다.

그 생활을 하다 한번은 경찰에 주는 '명절 떡값'을 거부, 유치장 신세를 지고는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장애인을 천대하는 나라가 싫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그러나 미국땅인들 불편한 몸이 취업에 유리할 리 없었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이민 2년만에 중고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미국인 회사에 간신히 취업했다.

그곳에서 金씨는 손재주를 인정받아 기술분야 매니저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84년에는 운좋게 뉴욕의 히스패닉(남미인)집단거주지에 중고 수리전자 제품을 파는 가게를 열었다.

'리사'의 모태였다. 전자제품을 팔면서 호출기도 같이 취급한 것. 이듬해인 85년 그는 샐러리맨을 청산하고 호출기를 전문 판매하는 리사를 창업했다. 당시 호출기 소매가는 2백85불. 유통과정을 알아봤더니 도매가는 1백23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金씨는 고객 유치를 위해 중간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1백20달러에 호출기를 사들여 1백60달러에 팔았다. 그래도 30%의 마진이 남았던 것. 소문을 듣고 고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제품을 취급하는 에이전트는 80여명, 리사 호출기를 사용하는 고객은 17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金사장은 돈벌이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사회활동에도 눈을 돌렸다. 그는 미국속의 또다른 이방인인 히스패닉과 화합하기 위해 이윤의 일부를 지역사회 체육활동에 보탰다. 94년 히스패닉이 중심이 된 퀸즈 지역 소프트볼팀과 브롱스 지역 베이스볼팀을 잇따라 창설, 재정지원을 시작했다.

올 8월에는 브롱스 지역 리틀야구팀이 뉴욕주 챔피언십 결정전에서 우승하는 쾌거도 이뤘다.그 덕분인지 남미인은 통신기기가 필요하면 이제 리사만 찾을 정도. 한인사회에서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퀸즈 중부지역 한인회를 맡아 리사배 축구대회를 열고 일만 유권자등록운동 추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지역신문인 '퀸즈타임즈'는 지난 11월4일자에서 金씨의 성공담을 실었다. 97년에는 클린턴 대통령도 받은 적이 있는 미국 이민자연맹이 시상하는 엘리스아일랜드상(성공한 이민자상)도 받았다.

"젊었을 땐 한국이 싫었지만 이젠 저를 낳아준 땅이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리사를 미국 전역망으로 확대한 뒤 연줄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면 한국에서도 통신망사업을 해볼 계획입니다."

그는 경계해야 할 것은 육체적 장애가 아닌 정신적 장애라면서 "회사에서 내가 제일 건강하다" 는 말도 덧붙였다.

김석주 사장 약력

▶1949년 경북 영주시 하망동 출생(미국명 Andrew S.Kim)
▶76년 취업을 위해 도미(渡美)
▶78년 뉴욕 전자제품 수리회사 '스튜디오44' 입사
▶84년 뉴욕 퀸즈에 중고전자제품 판매상 설립
▶85년 리사 페이지 창업, 맨해튼.뉴저지등 8개지점 운영
▶96년 미연방통신국(FCC)으로부터 전파사용 면허
▶96년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수상(뉴욕한인회)
▶97년 퀸즈 중부한인회 7대 회장
▶97년 엘리스 아일랜드상 수상
▶98년 남미등 13개국 참가 제1회 다민족축제 개최
▶99년 퀸즈 중부한인회 8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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