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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원 구하기’ 막가는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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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경률 위원장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불법 후원금 사건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됐다.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6명에 대한 1심 재판 선고(4월 말)를 앞두고 3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 의원들을 구제하려는 여야의 속셈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현행 ‘법인·단체의 기부금지’ 조항(31조)을 수정해 법인·단체의 공금이 아닌 돈의 기부를 허용하는 걸 골자로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전원 합의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대가성 있는 기부를 제한받는 행위’(32조) 가운데 국회의원 입법행위 등과 관련된 청탁은 대가성을 따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3월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권경석·유정현·조진형(이상 한나라당), 최규식·강기정(이상 민주당), 이명수(선진당) 의원 등 6명은 1심 재판에서 처벌받지 않고 구제된다.

의원들은 청원경찰법 개정 대가로 청목회 간부들이 회원들에게 모금한 1000만~5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그들의 행위가 더 이상 범죄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26조는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됐을 때 면소(免訴, 공소권이 없어 기소를 면제하는 것)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이날 오전 공개된 행안위 의사일정엔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 안건은 들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는 오후 2시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를 비공개로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전체회의 의사일정을 변경하고 개정안을 상정한 뒤 토론도 하지 않은 채 법안을 처리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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