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경복궁 향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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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종이에 먹펜, 41X58㎝, 2011


경복궁 후원 향원지 가운데 둥근 섬에 향원정(香遠亭)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합니다. 육모 정자에 기둥도 육모로 무척 드문 구조입니다. 2층 정자는 더욱 드문 경우입니다. 아래층은 온돌이고 위층에는 마루를 깐 전천후 휴식처입니다. 아자살 창호 아래 궁창에 장식한 꽃무늬가 화려합니다. 위층 창호는 들어열개문으로 모두 들어서 들쇠에 걸 수 있습니다. 아래층 툇마루 난간은 평난간이며 위층은 계자각인데 투각 무늬가 정교합니다. 지붕 꼭대기에 청동 절병통을 올렸습니다. 1873년 고종이 건청궁을 지을 때 함께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깃불이 켜진 곳이 향원정 일대입니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지 7년 만인 1887년으로 일본이나 중국보다 2년이 빨랐습니다. 이것을 보면 고종황제가 얼리 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였나 봅니다. 발전기는 에디슨 전기회사 것이었습니다. 에디슨이 ‘신비한 동양의 왕궁에 자신이 발명한 전등이 켜졌다’고 무척 좋아했답니다. 발전기가 향원지 물로 증기기관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물불’이요, 고장이 잦아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여 ‘건달불’이라 했습니다.

경복궁 경회루가 대형 연회를 위한 것이라면 향원정은 임금 개인의 휴식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리가 남쪽에 있으나 원래 북쪽 건청궁 입구와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6·25동란에 부서진 것을 새로 놓으면서 남쪽으로 돌린 것입니다. 임금이 없으니 건청궁과 연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향원정이 우측으로 약 2도 기울어 있어 바로 세워 그렸습니다. 걱정이 되는군요.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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