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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전교조 대거 발령 … 곽노현, 교총과 경쟁구도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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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음 달 개교하는 서울시내 신설 학교 중 혁신학교(공립) 다섯 곳에 발령 난 교사의 대부분이 전교조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학교는 전교조 교사 비율이 최고 84%나 됐다. 이에 따라 친(親)전교조 성향인 곽노현(사진) 교육감이 ‘전교조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립학교 교원의 인사권은 교육감이 갖고 있다.

 25일 본지가 서울시교육청에서 단독 입수한 ‘교육공무원 전보 발령’ 문건에 따르면 다음 달 개교하는 강동구 선사고의 전보 교사 명단 중 전교조 교사 비율은 84.2%에 달했다. 19명 중 16명이 전교조 소속 교사인 것이다. 나머지 3명은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학교는 교장과 교감, 신임 교사와 기간제 교사로 정원 23명을 채울 예정이다. 한국교총 소속인 교장과 교감, 무소속 교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교조 학교’가 세워진 셈이다.

 강북구 삼각산고와 성북구 숭곡중의 전보 교사 중 전교조 교사 비율도 각각 68.4%와 71.4%로 나타났다. 은평구 은빛초등교와 강동구 강명초등교는 전보 교사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두 학교도 전교조 교사 비율이 80%에 이른다”며 “혁신학교에 의지를 가진 교사들만 지원하기 때문에 특정 성향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혁신학교는 이전 공립학교에서 4~5년 순환근무기간을 채우지 않더라도 지원이 가능하다. 인사 원칙이 흐트러진다는 반대가 많았지만 곽 교육감이 강행한 것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난 전교조 교육감이 아니고 전교조와 한국교총 모두의 교육감”이라면서도 “전교조와 한국교총 교사 비율이 각각 100%인 학교를 만들어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이 전교조 중심의 혁신학교와 한국교총 소속 교사가 주류인 학교 간 학업성취도 등을 비교해 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한 번 해 보자는 전교조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모이고 있다”며 “두 교원단체 간 경쟁구도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뽑은 교장 후보의 임명을 거부한 구로구 영림중에도 전교조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학교로 발령받은 교사 중 전교조 비율은 46.1%에 달했다. 이 학교의 지난해 전교조 교사 비율은 27.6%였다. 이상의 영림중 학부모회장은 “1년도 안 된 교감도 전보 조치됐다”며 “전교조 교사의 압력으로 다른 교사들이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에 새 교장을 임명할지, 재공모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민상 기자

◆혁신학교=곽노현 교육감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 학교 운영 자율권을 주고 최대 연간 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이름 붙인 학교. 지난해 23개 초·중·고가 서울형 혁신학교로 선정됐다. 곽 교육감은 3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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