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의 금요일 새벽 4시] “포트먼과 사진은 안 찍었죠, 여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4면

◆참 많이도 찍습니다. 사진 말입니다. 누가요? 제가요. 사진 좋다며(빈말이라는 거 압니다) 비결을 물으면 전 ‘다다익선’이라고 말합니다. 사진에서도 ‘원샷원킬’ 외치는 사람 많지만, 저는 언제나 ‘왕도는 없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 시간’이라는 별명도 따라오더군요. 모델들의 고생요? 죄송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수백만 독자에게 보일 사진인데…. 이번 주 파워스타일 주인공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타 메고 신발 벗고 사무실 탁자 위까지 올라가셨습니다. 따로 준비하신 평상복도 갈아입으셨고, 직접 찍어준 직원들 사진을 배경 삼기 위해 아래층 회의실까지 가셨지요. 1시간을 훌쩍 넘겼고, 후배 기자가 마셔보지도 못한 찻잔을 깨기까지 했지만 끝까지 즐겁게 응해 주셨습니다. 휴대전화로 저희들 사진까지 찍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사진의 운명은 언제나 ‘딱!한!장!’입니다. 과정은 간 곳 없고, 손때 묻은 필름 카메라를 든 장면이 최후의 ‘딱!한!장!’이 됐습니다. 이 사진, 맨 처음 찍은 것이었습니다. <박종근>

◆12일자

j에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 인터뷰가 실렸었지요. 그 다음 주에 ‘이스라엘 대사님께 보내는 편지입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받았습니다. 춘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독자가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유엔에서 지구의 자연과 환경을 위해 일하려는 큰 꿈을 가진 소녀”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살다 재작년에 귀국했다 합니다. 인터뷰한 제 기를 팍팍 죽일 정도로 완벽한 수준의 영문 편지가 첨부돼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싶으니 누군가를 소개해 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대사께 메일을 전해 드렸습니다. 결과가 궁금했습니다. 대사관에 알아보았습니다. 온화한 인상의 대사께서 답장과 함께 당신의 열다섯 살짜리 둘째 딸을 소개해줬다고 하더군요. 공연히 가슴이 흐뭇해졌습니다. <성시윤>

◆내털리 포트먼 인터뷰를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 아내가 제게 말했습니다. “미녀 만나러 가니 좋겠네요? 함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와요.” “에이, 사진은 무슨… 그깟 여배우가 뭐라고” 하고 점잖은 체하면서도 ‘정말 한 장 찍을 수 있겠지’ 기대가 생겼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을 목전에 둔 포트먼은 가깝고도 멀었습니다. 그녀의 동선(動線)은 꼼꼼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회견을 마친 포트먼은 주최 측 관계자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 옆에 마련된 분장실로 사라졌습니다. 포트먼의 얼굴이 크게 실린 초대장이 마침 제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불현듯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포트먼도 누군가의 딸이다’ 하는 생각이 확 스치더군요. 주최 측 관계자에게 딸의 이름을 적어주고, ‘내 딸을 위해 포트먼의 사인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딸이 열 살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즐겁게 놀아(Have fun)’라는 내용의 포트먼 자필 사인이 적힌 초대장이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묻습니다. “셀카는 안 찍었어요? 진짜 찍으려고 한 건 아니지?” “에잇, 아니라니까. 내가 왜?” 아내 앞에 다시 점잔을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시윤>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섹션 ‘제이’ 38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창규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기자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