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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쁜 우리 토요일〉 일본만화 표절논란

중앙일보

입력

27일 방영된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중 코믹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러브레터' (주연 김진. 송혜교)코너가 표절 논란을 빚고 있다. 다름 아니라 96년 국내에서도 발행된 일본 만화 '엔젤 전설'을 그대로 옮겼다는 지적이다.

이날 방영분. 새로 전학 온 김진이란 고등학생은 마음씨 착한 모범생이다. 하지만 무섭게 생긴 얼굴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기겁을 한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학교 내 주먹패들을 때려 눕히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악명을 떨친다는 이야기다.

이 코너가 만화 '엔젤 전설' 과 일치하는 부분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눈썹이 보이지 않는 얼굴 모습과 끝부분이 치켜 올라간 주인공의 입 모양을 비롯해 전학 온 첫날 교실에서 나눈 인사말, 전학생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과 학교 쓰레기를 줍는 모습, 하물며 등장 인물의 대사까지 만화 그대로다.

실은 콩트로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의 패러디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하지만 '러브레터'는 경우가 다르다. 20분이란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시종일관 만화를 옮기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작 만화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 뿐만 아니다.
주인공 김진이 나무를 들고 싸우다 비명을 지르는 대목에선 일본어까지 섞여 나온다. 왜 그럴까. 이번엔 애니메이션 〈엔젤 전설〉에서 목소리까지 빌려온 것이다.

PC통신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본 원작자가 소송이라도 하면 어쩔 건가. 정말 국가 망신이다.' (kaiswa) '에피소드와 대사 하나까지 다 베꼈네요.' '작가님 옆에다 책을 끼고 쓰셨나요?' (sjstyle) '시청자를 농락하는 겁니까?' (콤팡) 등등.

연출을 담당한 안성곤 PD는 "패러디를 시도했던 것"이라며 "원작을 명시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흐지부지 됐다"고 했다.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는 제작진의 안이함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지 않는 나태함이 촌극을 빚은 셈이다.

앞서 지난 5월에도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제작진은 학생들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외치게 했던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코너를 표절 시비로 폐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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