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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개인도 중국 위안화 예금에 관심 가져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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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매튜 디킨
한국 HSBC은행장

21세기에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두고 미국 달러화와 경합을 벌일 라이벌이 있다면 이는 분명 중국 위안화일 것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그런데도 중국의 통화인 위안화는 글로벌 무역 및 자본시장에서 그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엄청난 금융혁명을 가져올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미 달러화의 약세에 힘입어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로 각국 정부는 물론 외환 당국, 기업 및 개인들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위안화 국제화에 두고 있다. 그 과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이미 다양한 방안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안팎의 수출입자들이 외환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점차 눈을 돌리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실제로 2009년 7월, 위안화 무역 결제가 시범 실시된 이후 위안화 결제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HSBC 무역신뢰지수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범중화권 무역업자의 40%, 동남아권 무역업자의 21%가 향후 6개월 내 무역 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중국과 이머징 국가 사이의 위안화 무역 결제는 3%도 채 되지 않지만,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3~5년 내에 그 비중이 적어도 5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매년 2조 달러에 이르는 무역 결제가 위안화로 이뤄지면서 위안화는 세계 3대 무역 결제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위안화 무역 결제는 중국 자본시장에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증대되는 해외 위안화 수요 덕분에 위안화로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게 더욱 수월하게 됐다. 지난달 중국인민은행은 해외 직접투자 자격이 있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직접투자 할 때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도입 초기의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이번 시범 프로그램으로 인해 무역으로 벌어들인 위안화를 역외시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 또한 위안화 투자 상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위안화는 미 달러화 대비 24% 절상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대안 투자처 중 하나로 위안화를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예금, 외환 솔루션에서부터 ‘딤섬’ 채권까지 다양한 위안화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위안화가 실제 국제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위안화의 국제화는 우리가 금융위기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HSBC는 앞으로 5년 내에 위안화가 세계 3대 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중앙은행은 이미 외환보유액에 위안화를 추가하는 것에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과 위안화의 영향력은 한국에는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중국과 정치·경제뿐 아니라 역사·지리적 측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전체 무역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와 그로 인해 초래될 변화는 이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미 많은 HSBC 고객들이 위안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위안화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한국 기업들도 이제는 위안화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시기다.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생각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 역시 위안화 예금을 옵션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매튜 디킨 한국 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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