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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보다 심했던 쿠바의 전력난을 해소한 것은 한국의 이것

중앙일보

입력


 
10페소짜리 쿠바화폐(한화 약 1만원) 뒷면에는 발전설비가 새겨져있다. 이 화폐는 2007년부터 유통됐다. 2005년까지 쿠바는 밤만 되면 암흑지대였다. 야간에 인공위성으로 북한 지역을 찍은 사진과 거의 같았다. 암흑국가 쿠바를 빛의 세계로 이끈 일등공신이 바로 이 발전설비였다.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화폐에 발전설비를 새기도록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화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상징이 담긴다. 정열의 국가 쿠바의 상징이 발전설비가 된 셈이다.

이 발전설비는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이동식 발전설비(PPS)이다. PPS는 전세계에서 현대중공업만 생산하고 있다. 당연히 세계 시장점유율이 100%이다. 2005년 1880만달러어치를 수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7000만달러 어치를 외국에 팔았다. 수출대상 국가 대부분은 전력난에 시달리는 니카라과, 아이티 등 저개발국가다.

쿠바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5년 9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644기, 8억5000만달러 어치를 사갔다. 총 발전용량만 1250MW에 달한다. 이 제품을 수입하면서 쿠바가 얼마나 열광했는지는 수출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쿠바는 물건을 수입하면서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런 관례를 깨고 현대중공업에 선수금을 지급했다. 현대중공업 사장과 노조위원장을 자신의 관저로 초청해 여러차례 파티를 열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데 대해 감사한다. 쿠바의 미래를 열었다"는 치하와 함께였다. 카스트로는 공사현장에 나와 직접 지휘하기도 하고, "쿠바를 중남미 전력산업의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국민에게 공표하기도 했다. 화폐 뒷면에 '에너지 혁명(Revolucion Energetica)'이라는 문구를 새긴 이유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북한도 개방과 개혁이 진행되면 쿠바처럼 암흑의 도시를 벗어날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며 "쿠바 주재 북한외교관도 쿠바의 전력난 해소를 많이 부러워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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