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 2] 게오르그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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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마르크시스트 철학자이자 문예비평가 게오르그 루카치(1885∼1971)
의 “역사와 계급의식”은 공산주의 이론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현실공산주의 체제에는 직접 채용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공산주의 이념가들에게는 20세기 후반까지 중요한 전범(典範)
이 되었다.

루카치는 마르크시스트이기 이전에 문예비평가였다. 그가 마르크시스트 철학에 몰두한 것은 1918년 헝가리 혁명으로 잠시 정권을 잡은 벨라 쿤의 공산 정권에서 교육부 차관직을 맡은 후의 일이었다.

그 이전의 사상편력에서 마르크시즘을 지향한 요소가 있었다고 루카치 자신도 인식하고 종래 연구자들도 그 연속성을 인정해 왔지만 근래의 연구자들은 루카치가 1918년 이전에는 정치성을 극도로 배제했던 점을 지적하며 1918년 루카치의 변신에서 단절성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루카치의 철학이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사상적 완결성을 추구했다는 특성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45년 이후의 공산정권에서 루카치는 얼마간의 역할을 맡았지만, 그가 정작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1956년의 헝가리 봉기 때였다. 소련의 통제에 저항하는 정권에 그는 문화부 장관으로 참여했고, 봉기 진압 후 현실정치 속에서 그의 역할은 완전히 사라졌다.

초기의 마르크시스트 철학은 경제면에서 출발해 정치와 사회 분야로 논의의 범위를 넓혀 왔지만 루카치 이전까지는 문화적 측면에 대한 논의가 뒤처져 있는 상태였다. 19세기 사실주의 전통을 중시한 루카치의 관점은 문화적 마르크시즘의 출발점이 되었다. 후에 소련의 공식적 예술론으로 채택된 소셜리스트 리얼리즘과 대립하면서 사회주의 진영의 예술­문화 담론의 깊이와 폭을 확보해 준 것이 루카치의 가장 중요한 공헌이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라는 관념 역시 루카치의 업적에 의지한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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