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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 6]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중앙일보

입력

레이철 카슨(1907∼1964)
처럼 정치성이 없으면서도 그만큼 큰 정치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자연을 좋아했기 때문에 생물학을 공부했고 바다를 연구했다.

그리고 미국 어업 및 야생자원국에서 평범한 공무원으로 일했다. 좋아서 행한 연구조사의 결과를 “우리를 둘러싼 바다”(1951)
라는 책으로 냈을 때 독서계의 열렬한 반응에는 저자 자신도 놀랐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내 역시 자연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만족시켰지만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침묵의 봄”은 세상을 바꾼 책이었다. 그 전에도 환경문제에 대한 고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환경문제의 인식은 소수 전문가와 사회운동가들에 국한되어 있었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일은 없었다. 카슨의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자연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 문제를 차근차근 전해 주자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절실한 현실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환경문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 대한 반성이다. 인류 문명이 발생한 이래 인간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개조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인간에게 유용한 생물종은 농업과 목축을 통해 증식되는 반면 해롭다고 보이는 생물종은 박멸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에게 무엇이 이로운 것이고 무엇이 해로운 것인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DDT를 써서 ‘해충’을 없앤 결과 새들도 사라지고 들판에 있는 식물들도 번식을 못하게 되는 ‘침묵의 봄’이 인간이 진정 원하는 세상인가. 오랫동안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온 인간에게 자연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근원임을 일깨워 준 “침묵의 봄”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근본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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