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반정부 인사 1000명 구금 … “1주일 뒤 또 시위” SNS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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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 한복판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20일 밤 중국 공안들이 추가 시위를 막기 위해 투입돼 야간 비상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평소 보이지 않던 경찰차량뿐 아니라 사복 경찰들이 왕푸징 거리 곳곳에서 목격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기습적 민주화 시위에 일격을 당한 중국 공안이 추가 시위 차단을 위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3월 초로 다가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즉 양회(兩會)를 앞두고 공권력을 총동원해 추가 시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던 베이징(北京) 왕푸징(王府井) 거리에는 경찰차량과 정·사복 경찰들이 20일 철야근무에 이어 21일에도 순찰을 계속 돌고 있다. 시위대가 연행된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다른 주요 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날 존 헌츠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가 왕푸징 시위 현장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정체가 드러나자 떠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특히 공안은 민주화 시위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 반정부 인사 1000여 명을 전날부터 속속 체포하거나 가택연금 조치를 하고 있다고 홍콩의 민주운동단체들이 주장했다. 대만에 머물고 있는 1989년 천안문(天安門) 민주화 시위의 주역 왕단(王丹)은 20일 시위에 대해 “인터넷 행동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안·사법 분야를 총괄하는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20일 중앙당교(黨校) 연설에서 “경제와 사회 변화의 새로운 형세를 반영해 혁신적인 사회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리 조사를 전담하는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허궈창(賀國强) 정치국 상무위원은 21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권력형 부정부패는 어떤 것이든 철저한 조사를 거쳐 엄격히 처벌하겠다”며 “굵직한 부정부패사건뿐 아니라 서민 대상 뇌물사건도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시위는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와 중국 국내의 네티즌들이 유기적으로 호응해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시위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3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주도한 측에서 “일주일 뒤(27일) 같은 장소에서 시위하자”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주일이 최대 고비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는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에 환멸을 느낀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여차하면 ‘요원의 불길’처럼 시위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중국 공안이 반정부 인사를 대대적으로 검거하거나 가택연금한 만큼 이번 시위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시위를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아 일반인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변 언론들은 질서와 안정, 지식인의 책임을 부각하는 사설과 논평을 내놨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1일 “사회 안정에 협조하지 않는 지식인은 21세기 중국의 큰 목표 실현에 배치된다. 지식인은 사회 관리에 앞장서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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