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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마다 길어지는 코스, 청야니·미셸 위 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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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셸(左), 위청야니(右)


2004년 US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결승. 당시 15세이던 미셸 위(22)는 욱일승천의 기세였다.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68타를 쳤고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겠다”고 하던 때였다. 그런 미셸 위가 졌다. 그를 쓰러뜨린 건 무명의 동갑내기 더벅머리 소녀 청야니(대만)였다.

 청야니가 20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골프장 올드코스에서 벌어진 LPGA 투어 시즌 개막전 혼다 LPGA 타일랜드 마지막 날 6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는 10언더파의 미셸 위, 3위는 9언더파의 김인경(23·하나금융)이었다.

 지난해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청야니는 올해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2개 대회를 포함해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청야니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이을 새로운 여제로 등극할 기세다.

 청야니는 미셸 위와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전반 경기는 팽팽했다. 청야니·미셸 위·김인경은 전반 똑같이 버디 3개씩을 잡았다. 버디를 잡아야 할 파 5인 10번 홀에서 미셸 위가 뒤처졌다. 미셸 위는 2온하고도 3퍼트를 하면서 파에 그쳤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한 청야니는 정교한 피치샷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이후 미셸 위의 버디 퍼트는 살짝 살짝 홀을 외면했다.

  끝까지 추격을 한 선수는 김인경이었다. 16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13언더파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17번 홀(파4)에서 약간 짧은 아이언샷이 재앙을 불렀다. 솟아 오른 그린 앞쪽에 있는 핀 옆에 볼을 세우려 높이 띄운 피치샷이 세 번 연속 약간 짧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섯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김인경은 9타(퀸튜플 보기)로 홀아웃했다.

 청야니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장타 때문이다. 그가 우승한 3개 대회 모두 거리가 길고 그린이 딱딱한 어려운 코스에서 치러졌는데 단타자들에게는 힘이 부친다. 세계 랭킹 2위 신지애(23·미래에섯)는 합계 5오버파 35위로 경기를 마쳤다. LPGA 투어는 전장을 늘리고 남자 대회처럼 그린을 딱딱하게 만드는 추세다.

 장타자인 청야니와 미셸 위가 1, 2위를 차지한 이유다. 거리에선 미셸 위가 한 수 위다. 이날 아이언의 거리 조절과 퍼트감이 다소 떨어졌지만 롱게임에선 LPGA 투어 1인자다. 손목 부상에서 회복되고 드라이버 입스도 극복한 미셸 위는 LPGA 투어의 늘어나는 전장 변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혜주로 예상된다. 청야니의 가장 큰 상대는 미셸 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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