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가정형 wee센터’ … “함께 숙식하며 부적응 학생 보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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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낮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가정형 wee센터’에서 청소년들이 상담사들과 함께 요리실습의 일환으로 김밥을 만들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16일 낮 12시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주택가. 3층짜리 빌라에 ‘가정형 wee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문을 열고 이 건물 3층으로 올라가자 중·고생 4명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채 시금치를 삶고, 계란 프라이를 하는 등 김밥 재료 준비에 정신이 없다. 김밥을 만든 이들은 1월초 wee센터에 들어온 청소년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달 이상 무단 결석하거나 학교에서 동료 학생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경험이 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문제아’들이다. wee센터는 문제를 일으켜 학업을 중단했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중·고생) 을 위한 인성교육 기관이다.

 그런데 이곳은 기존 wee센터와 차이가 있다. 청소년들을 가정집 형태의 공간에서 가족처럼 인성지도를 하는 것이다. 가정형 wee센터는 전국에서 이곳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설립됐다. 이곳에서 만난 백명섭(18·가명)군은 “집에 있으면 부모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많이 받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곳은 선생님들이 잘 대해 준다”고 말했다.

 이곳 운영은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한다. 대전시 교육청은 운영비(연간 5억 여원)을 지원한다. 이곳은 최대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빌라 1층(80㎡)은 여가생활을 하는 문화공간, 2층은 지도교사와 생활하는 침실과 공부방이 있다. 3층은 학생과 지도 교사(상담사)와 함께 식사를 하는 주방시설 등을 갖췄다. 1·2층 면적은 각각 180㎡, 3층은 80㎡이다. 상담사 9명이 숙식하며 청소년을 돌본다. 교육비는 무료다.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교육한다. 교육 내용은 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한 의사소통 훈련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뒤 대화하기도 한다. 신문기사를 읽고 글을 짓거나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도 있다. 요리 실습이나 설거지, 청소 등을 하며 일생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국어·국사 등 교과 과목도 공부한다. 교재는 wee센터가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상담사 백지영(29·여)씨는 “아이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정서를 안정시키데 주력 하고 있다”고 말했다.

 wee센터 장석경 실장은 “가정형 wee센터는 적은 수의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이곳 학생 4명은 모두 wee센터에서 생활한지 한달 정도 지났다. wee센터 측은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문태영(15)군은 “상담 교사들이 우리의 처지를 잘 이해해 주는 것 같다”며 “이제 학교로 돌아가도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군은 학교에 무단 결석하고 PC방 등에서 시간을 적이 많았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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