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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으뜸상 박근혜·이낙연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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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이낙연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6일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시상식에 참석해 박희태 국회의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으뜸 언어상’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이 만든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에서다.

 박 전 대표는 말을 아낀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 편인 박 전 대표가 언어상을 탄 것이다. 평가는 전국의 대학생 100명이 했다. 지난해 의원들의 국회 상임위·예결위·본회의 활동을 사실성·공공성·품위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5점 만점에 다른 의원들은 평균 3.37점을 받았는데 박 전 대표는 4점을 웃돌았다.

 박 전 대표는 소감에서 “정치는 90%가 말로 이뤄진다”며 “십여년 정치하면서 과연 무엇이 정치 개혁인지 많이 생각했다. 나름 내린 결론은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절제된 언어 사용이 정치 문화 발전의 시작이자 핵심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과거 에세이집에서 “입에 발린 말들을 삼가하고 한 말은 진정한 뜻이 담기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 적은 적이 있다. 또 『나의 어머니 육영수』라는 책에서 “어머니는 예절에 관해 매우 엄격했다. 대화 중에 존칭어를 틀리게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고쳐줬다”고 했다.

 그의 말은 ‘단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군더더기가 없는 단문으로 정곡을 찌르는 어록을 많이 남겼다. “참 나쁜 대통령”(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자) “대전은요”(2006년 5월 테러를 당해 수술한 뒤 깨어나자마자), “차라리 제가 1000표를 드리겠다”(2007년 5월 대통령 경선 룰 변경 논란이 벌어지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자신과 가까운 중진들이 탈락하자) 등이다.

 ‘격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불쾌한 이야기에도 박 전대표는 “그 사람, 왜 그런데요”라고 응수하고 만다.

 그의 말에서 중국의 고사나 일본의 시가를 연상하는 이도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수필을 쓰는 문인협회 회원으로, 시간 날 때마다 중국 고사를 들여다 본다”고 했다.

 ‘팩트(fact·사실)위주’라는 점은 ‘박근혜 화법’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다. 이를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적 면모로 보는 이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습관이 바뀌려면 뇌를 바꿔야 하는데 단백질 합성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 30일이라고 하네요. 작심삼일을 열 번에 거쳐 꾸준히 하면 결심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라 적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도 ‘으뜸 언어상’을 받았다. 과거 ‘촌철살인 대변인’으로 통했던 그도 ‘팩트 위주’의 정제된 논평으로 유명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말보다 사실 위주의 정제된 언어를 썼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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