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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폭발설 … 입 틀어막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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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우리 정부와 정계·학계에서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정권의 뿌리를 백두산 항일혁명으로 내세워온 북한으로서는 화산폭발을 입에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 혈통은 김일성 주석 가계를, 백두 3대 장군은 김일성·김정숙 부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리킨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후계자 김정은을 띄우고 있는 상황에서 백두산 폭발설이 가져올 민심 동요에 북한 당국이 부심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은 지난해 우리 학계에서 흘러나왔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10월 대한지질학회 발표를 통해 “백두산 화산 폭발의 징후가 뚜렷하고 크기는 아이슬란드 화산의 10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일본 규슈(九州)의 산 신모에다케(新燃岳·1421m)가 폭발·분화하면서 백두산에 관심이 더 쏠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백두산 화산폭발 대비 환경영향 연구’를 2년간 진행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반경 약 100㎞에 산사태를 유발하고 동아시아 일대 기온이 2개월간 2도가량 하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10일 “지난해 가을 양강도 삼지연군 등 주민대피 훈련은 화산폭발 대비를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대북매체들은 “김정일이 화산폭발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언급을 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9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화산폭발 가능성에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 신문은 “천지 일대의 지각 변동과 얼음 상태가 지난해와 차이가 없고 동물의 활동도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백두 온천도 자기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이틀 앞둔 14일에는 “백두산 밀영(김정일 출생지로 선전되는 숙영지)에 김정일 생일을 맞아 버들꽃이 피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백두산 폭발설이 확산될 경우 북한은 김정일 등 최고지도부에 대한 대북 모략선전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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