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불똥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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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불똥씨는 80년대 민중미술계가 낳은 가장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포토 몽타주 기법은 기존 미술의 전통양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포토 몽타주란 둘 이상의 사진 이미지를 하나로 구성하는 기법. 그는 절묘한 이 조형어법에 통렬한 비판정신을 담아 이른바 박불똥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그가 아내와 세 아들딸을 데리고 충주 인근의 한 허름한 농가로 지난해 이사했다. 생활고로 살기가 힘들어 불가피하게 결행한 선택이었다. 그는 집주인과 땅주인이 각기 다른 이 농가에 살면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유재산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에 몰입해 있다.

25일부터 12월 7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개최되는 '박불똥의 '사유재산'전'은 이런 사색의 산물이다. '사유재산의 의미와 노동과 삶과 인간의 함수관계'라는 긴 제목의 이번 전시는 그의 7번째 개인전. 박씨는 자신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포토 몽타주 기법과 오브제 작업으로 사유재산에 대한 해석과 조형적 실험을 가했다.

나서 죽을 때까지 사유의 욕망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그 덫에서 결코 벗어나지못하는 게 또한 인간이라는 게 박씨의 결론이다. 그 욕망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인간의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다.

박씨는 사유재산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집착과 상속제도에 대한 '징그러울' 정도의 대물림 현상을 담아내 발가벗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동의 신성함과 땅의 정직함을 믿는 그에게 사유재산은 허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주적 시간으로 볼 때 한갓 미물의 날갯짓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20여점의 전시작은 이렇듯 허망하면서도 현실세계에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사유재산의 실체를 그렸다. 특히 그의 작품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작가 자신과 가족을 주요 테마로 형상화해 더욱 눈길을 모은다.

'자화상1 - 앞이 안보이는 생계, 파리잡기에 몰두함'은 시골로 이사할 수 밖에 없었던 경제적 어려움과 생활에 대한 특별한 대책없이 여름철 날벌레와 싸워야 하는자신의 고독을 담은 작품. '자화상 4 - 지구본이 내일 쪼개질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음'은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지배 속에서도 자신만의 작은 삶을 살고 싶다는 차돌같은 고집이 담겼다.

즉 자본이나 재산의 사유화에 개의치 않고, 지금 주어진 조건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며 동시에 애정을 갖고 현실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면서도 좀더 차분히 이를 바라보는 자세가 과거의 그와 달라진 모습이라면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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