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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마을 임신체험 “애 낳는 게 군대보다 힘들 것 같네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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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3일 서울 중구 예장동의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 ‘미혼남녀 부모교육’ 교실에 참가한 남성들이 10㎏짜리 임신부 체험복을 입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렇게 무거운 배를 내밀고 열 달을 어떻게 살죠.”

 “어깨가 아프고 뼈마디도 다 아프네요. 뒷짐을 지지 않으면 걷기도 어렵겠어요.”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선 ‘미혼남녀 부모교육’ 교실에 참가한 미혼 남성들이 임신부 체험복을 입고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 낳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경원대·서울시·중앙일보가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해 온 ‘세살마을’ 프로그램에 따라 마련된 행사다. 이날 교육엔 배우자감을 찾아보고 예비부모 교육도 받으려는 미혼 남녀 36명이 참여했다.

 배 모양이 불룩 나오고 무게도 10㎏이나 되는 체험복을 입은 남성들은 강의실을 돌며 연신 “어휴~”를 연발했다. 강사로 나선 황재희 한국유아체육지도자협회 교육이사는 “임신 기간 여성들의 몸무게는 이보다 더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좋은 엄마·아빠가 되기 위해선 준비와 훈련, 사전 체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작 체험 시간. 강사가 바닥에 놓인 빨래를 빨랫줄에 널어보라고 하자 “어이쿠” 소리가 터져나왔다. 육아를 잘 알아야 좋은 남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이용민(33)씨는 “과격한 동작을 하면 왜 ‘애 떨어진다’ ‘조심해라’고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아이 낳는 게 군대 가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 체험에 이어 아기 마사지 시간이 이어졌다. 황 강사는 “호주의 의사들도 포기했던 체중 1㎏짜리 미숙아도 엄마가 품에 안고 2시간 동안 보듬어 주자 눈을 뜬 사례가 있었다”며 “스킨십은 엄마·아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 민경준(27)씨는 “교육을 받고 나니 미래의 아내가 겪을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미혼남녀 부모교육 교실은 이날 5회로 예정된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다. 서울시는 4월께 2기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서울시 허미연 여성가족정책관은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다른 지자체들도 세살마을 부모 교육 교실에 참여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태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세살마을=‘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과거 온 마을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탰던 우리 전래의 ‘마을’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아이 낳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영·유아 뇌 연구, 예비 엄마·아빠 교실 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홈페이지(www.sesalmaul.org)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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