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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아트 환타지아’전

중앙일보

입력

거대한 상어를 낚시줄로 잡아챈다. 하늘에 동동 떠 있는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필사적으로 당겨보기도 한다. 현실세계로 튀어나올 듯한 그림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보는 곳이다. ‘매직아트 환타지아’전이 열리고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명화 속 주인공을 내 친구처럼

8일 오후 전시장안. 어린이부터 성인남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벽앞에 서서 한껏 포즈를 취하느라 분주하다.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평면 그림은 사진 속에서 입체적으로 탈바꿈해 재미를 더 한다. 사진만 찍으면 자칫 지루할 것 같아 보이지만 흥미로운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임현성(서울 연희초 5)군은 “그림과 어울리는 독특한 액션을 취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구상하느라 바쁘다”며 “미처 예상치 못한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3300㎡ 규모의 대형 전시장에는 80여점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명화와 전래동화, 스포츠 등의 주제로 나뉜 섹션을 걷다보면 작가들의 유쾌한 패러디와 참신한 유머가 가득한 그림을 만나게 된다. 3D상영관과 마술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박현식 담당실장은 “낯선 명화를 그림과 마술, 3D영상을 통해 딱딱하지 않고 익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관 취지”라며 “주말은 1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착시기법 활용해 실제처럼 나타내

전시된 그림들은 최근 부각되는 ‘트롱프뢰유 기법’을 활용했다. 트롱프뢰유 기법이란 ‘눈속임 그림’이라는 뜻의 미술용어다. 실제로 있는 것처럼 대상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뜻한다. 벽화 등에서 실제 실내 공간을 넘어선 착시적 공간을 의도적으로 표현하거나 좁은 공간 안에 묘사된 사물이 마치 실물 자체로 있는 듯한 착시를 느끼게 할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현직 화가가 직접 작업에 참여해 인체 비례가 정확하고 사실감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갤러리 쉐자르 김미정 대표는 “명화의 디테일을 현직 화가가 직접 분석해 아이디어를 짜고 이 아이디어를 또 다른 화가가 넘겨받아 작품을 창조한다”며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시선에 맞춰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림의 배경이 평범한 흰색인 이유도 있다. 김 대표는 “입체적인 착시효과가 가장 잘나타나고 사진 찍을 때 선명하기 때문”이라며 “그림의 배치도 일견 평범한 듯 보이지만 위치와 관객의 시선까지 모두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장을 방문할 때 카메라 소지는 필수다. 박 실장은 전시회를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으로 “내가 그림 속의 주인공인 것처럼 상상해볼 것”을 권했다. 각 작품마다 옆에 붙어있는 예시포즈가 전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용의 입 속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외에도 용의 꼬리를 당기거나 용의 눈을 찌르는 식의 다양한 포즈를 구상해 볼 수 있다”며 “전시장의 그림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탈피해 친숙하게 예술을 접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마음껏 즐기고 재미있게 놀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3월 30일까지 열린다. 매주 월요일 휴관.

◈트롱프뢰유 기법=‘눈속임 그림’이라는 뜻의 미술용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대상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기법이다. 그리스회화작품부터 로마회화에 계승돼 폼페이 벽화에서도 볼 수 있다. 중세회화시기엔 잠시 쓰이지 않다가 1300년대 이후부터 다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르네상스·바로크시기에는 건축장식 등에도 활용했다.

[사진설명]임현성군이 얼음계곡을 묘사한 그림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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