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동차 경주의 수퍼보울’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은 자동차 경주대회 데이토나 500이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개막한다. 사진은 2009년 열린 데이토나 500에서 자동차들이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스피드위크(Speedweek)가 시작됐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경주 데이토나 500이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다.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의 2.5마일(약 4㎞) 트랙을 200바퀴 주파해 500마일(804.7㎞)을 달리는 대회다. 1년에 36차례 열리는 나스카(NASCAR·미국개조자동차경주협회) 시즌의 개막전이다. 야구·농구 등은 시즌 마지막 대회가 인기가 가장 높다. 하지만 나스카는 데이토나 500의 권위가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데이토나 500은 ‘자동차 경주의 수퍼보울’이라 불린다.
◆머니 게임=미국 프로스포츠 중에서 데이토나 500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수퍼보울뿐이다. 한 시즌 나스카의 스폰서십 규모를 모두 합치면 무려 1조8700억원에 달한다(2008년 기준). CJ 레이싱팀의 김동빈씨는 “36개 대회에 평균 관중이 무려 12만5000명이다. 데이토나 500에는 이보다 2배는 많은 25만 명 이상이 늘 들어찬다. 하나의 작은 도시 인구가 경기장으로 몰려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나스카 차량은 기업 광고로 도배돼 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메인 스폰서의 비용은 2000만 달러(약 225억원)에 달한다. 크고 작은 스폰서를 합하면 차량 한 대가 벌어들이는 스폰서료가 2400만 달러(약 270억원)에 달한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4월 텍사스에서 열리는 레이스를 후원하고 있다.
◆파워 게임=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 미국 파워엘리트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나스카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프랑스는 이 대회 창립자인 빌 프랑스(1992년 사망)의 손자다. 그는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다. 이 해에 열린 데이토나 500에는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참가해 개막 축사를 했다.
◆패밀리 게임=메인 이벤트는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는 경주에 참가하는 자동차와 경주를 보러 온 팬들이 세워둔 캠핑카로 북적거리고 있다. 캠핑카에 머무르는 팬들은 가족·친구들과 함께 며칠씩 자동차 굉음을 안주 삼아 맥주와 바비큐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나스카는 미국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7500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무려 40%가 여성 팬이다.
◆미국 게임=축구와 미식축구가 다른 것만큼이나 유럽 중심의 포뮬러원(F1)과 나스카는 차이가 많다. 꼬불꼬불한 F1 서킷과 달리 나스카는 거대한 타원형 경기장에서 열린다. 관중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가속 속도와 브레이크 성능 등 자동차의 기능을 확인하기보다 팬들이 경기를 즐기기에 좋은 구조다. 코너 구간을 경사지게 설계해 브레이크 밟는 구간을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F1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가 담긴 경기다.
◆월드 게임=미국에 굳게 뿌리를 내린 나스카는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08년부터 도요타가 나스카에 출전했다. 외국 차량은 배제했던 배타성을 벗고 세계화에 나선 첫걸음이었다. 후앙 파블로 몬토야(콜롬비아), 패트릭 카펜티어(캐나다) 등 외국인 드라이버도 받아들이고 있다. 나스카는 앞으로 일본과 캐나다 등에서도 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해준 기자
◆나스카(NASCAR)=‘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을 줄인 말이다. Stock Car는 ‘레이스용 개조 자동차’를 뜻한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경주대회로 F1(포뮬러 1), 카트(CART)와 더불어 세계 3대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