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8월 음악회서 언니랑 꿈 연주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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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내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 너희를 초청하고 싶어.”

 첼리스트 장한나(29)가 9일 장가행·신행 자매에게 장문의 e-메일을 보내왔다. 지난달 유럽 공연을 마치고 미국 뉴욕의 집으로 돌아온 장씨는 “안녕! 언니에게 쓴 편지 잘 읽었단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예쁘고 대견하다”는 글로 편지를 시작했다.

 차상위계층 가정인 가행이 자매는 집안사정으로 음악을 포기할 뻔했었다. 그러나 자매의 재능을 높게 평가한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기회를 갖게 됐다. 장한나는 아이들에게 항상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지게 해주는 롤모델이었다. 자매는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 하면 연주를 잘할 수 있는지, 연습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평소에 궁금했던 점들을 편지에 담았다.



 장씨는 “선생님과 배우지 않는 시간에도 꾸준히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좋은 선생님, 비싼 레슨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로스트로포비치, 카살스, 미샤 마이스키, 재클린 듀프레, 하이페츠 등 세기의 위대한 연주가·성악가·지휘자의 녹음을 골고루 들었다”며 “훌륭한 음악가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내일 연습 때는 저런 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썼다.

 장씨는 연주할 때 자신의 단점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방법은 직접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그는 “잘 안 되는 부분을 악보에 다 표시해서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며 “내가 만드는 소리와 마음 속에서 내고 싶은 소리, 훌륭한 연주자의 소리를 비교하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 공부와 연주 연습을 어떻게 병행할지에 대해선 “시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이자 자신의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의 말을 인용하면서 “연습은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시간보다 얼만큼 집중해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좌우명을 알고 싶다는 자매에게 “늘 진심으로 연주하고, 진심으로 노력하고, 진심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썼다. 실제로 장씨는 대한적십자사 ‘평화순회대사’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공익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장씨는 편지에 “가행이·신행이 같은 연주자들과 음악을 함께하고, 클래식을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기 위해 지휘를 시작했다”고 썼다.

 장한나는 성남아트센터가 주최하는 ‘앱솔루트 클래식’에 자매를 초청하기로 약속했다. 2009년부터 매년 8월에 열리는 이 행사는 전 세계 30세 이하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3주간 함께 연습한 뒤 공연을 올리는 클래식 축제다. 자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연습도 하고, 장한나와 만나는 시간도 갖게 된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장한나씨는 실력 있는 아이들을 돕는 데 열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가행이 자매는 “한나 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벅찼다”며 “언니를 만나는 날까지 열심히 연습해서 꼭 실력 발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멘토 이어주기’가 교육사회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말한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위신과 덕망을 갖춘 이들과 대면 접촉할 기회가 부족하다”며 “이런 기획을 통해 많은 아이에게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은 기자

◆중앙일보가 꿈을 후원합니다=중앙일보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을 ‘멘토’와 이어주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했다. 롤 모델에게서 직접 조언을 듣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꿈을 실현시켜 주자는 취지다. 많은 청소년이 희망의 문을 두드려주길 기대한다.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독자들의 후원도 받는다.

문의 : 중앙일보 사회부 justi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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