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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선 목사 “한기총 선거, 돈선거 하니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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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9일 이광선 목사(전 한기총 대표회장)는 “한기총은 금권선거로 병들었다. 그 병이 곪아 터져 흉측한 모습이다.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한기총 선거 풍토”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처음에는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 그러자 떨어졌다. 이듬해에는 돈 선거를 치렀다. 그러자 당선됐다.”

 국내 최대 기독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이광선(67) 목사가 9일 담임을 맡고 있는 서울 신당동 신일교회 당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 금권 선거’에 대한 참회의 고백을 했다. 이 목사는 “설 연휴 때 기도원에서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를 했다. 수없이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의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는 절대 개혁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기총은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의 임기는 1년(1회 연임 가능)이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어느 후보가 얼마를 썼다더라”는 소문이 돌면서 ‘돈 선거, 금권 선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대표회장을 역임한 당사자가 ‘양심선언’을 하긴 처음이다. 한기총의 선거제도 등 교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목사는 “처음 출마했을 때는 양심과 법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였다. 이듬해에는 흙탕물에 몸을 담갔다. 그랬더니 이겼다.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현재의 한기총 선거 풍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기총 선거는 거의 10년간 금권 선거에 병들었다. 그 병이 곪아 터져 지금은 흉측한 모습이다. 저도 한기총에 그런 병의 고통을 안긴 장본인 중 한 사람이다”라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2010년 한 해 동안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았다. 이 목사는 “저 역시 하나님 앞에 죄인이다. 잘못된 선거풍토를 고치지 못했으니 나설 자격도 없다. 그러나 썩어가는 나무에 새싹이 돋고, 깊은 환부에 새살이 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개혁의 대상이지만 한기총의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도 홍역을 치렀다. 대표회장에 당선된 길자연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이고, 이광선 목사는 통합 측이다. 총회 인준 절차와 불법선거운동 등을 이유로 양측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어떤 사람은 개인의 세력 싸움이나 교권 싸움이라고 한다. 합동과 통합간의 갈등으로 보기도 하고, WCC(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에 대한 입장 차로 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한기총이 둘로 깨지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진통은 새살이 돋아나오기 위한 진통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기총 개혁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은 교회 목사님이나 교단 총회장들이 은퇴하기 전에 거쳐가는 명예직이 돼선 안 된다. 실제 존경받는 목사님이 대표회장에 선출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개혁돼야 한다. 아울러 투표권을 가진 실행위원이 금권에 휘말려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1989년 개신교 36개 교단과 6개 단체의 연합기구로 창립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개신교계 진보를 대변한다면 한기총은 개신교계 보수를 대변한다. 현재 62개 교단과 22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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