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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수익률 ‘월세 > 반 전세 > 전세’순 … 금리 오르면 전세난 심화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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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호 24면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동쪽으로 한 블록 건너편에 위치한 엘스아파트 단지(옛 잠실주공 1단지). 이곳에는 2008년 9월부터 입주한 아파트 5678가구가 모여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조사팀에 따르면 송파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년간 33.1%나 올랐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셋값 상승률 1위다. 잠실은 송파구에서도 전셋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동네로 꼽힌다.

금리 상승기 재테크 전략(하) 부동산·외환·기타 자산

옛 잠실주공 1~4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 단지에는 총 1만7615가구가 있다. 엘스는 4개 재건축 단지 중 가구수가 가장 많다. 이곳에서 109㎡(약 33평)짜리 전셋집을 얻으려면 보증금으로 4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2년 전(3억원 정도)에 비하면 1억5000만원가량 뛰어올랐다. 그나마도 전세 물건은 부족한 편이라고 현장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잠실3동 우리공인중개사 송은아 대표의 도움을 받아 전세와 월세의 임대 수익률을 따져봤다. 집주인으로선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것보다는 월세가 유리하다. 현재 월세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170만원 수준이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 4억5000만원을 고스란히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이자율 연 4% 가정)에 맡긴다면 1년 뒤 이자로 1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월세로 170만원씩 12개월 동안 받는다면 204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이 돈을 은행 적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넣어둔다면 약간의 이자(+α)가 추가된다. 여기에 월세 보증금 1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맡겨두고 받는 이자(연간 400만원)까지 합치면 총 2440만원+α가 된다.

웬만한 봉급생활자에게 월세 170만원의 지출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래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타협안을 만든 것이 반전세다. 전세 보증금을 시세의 절반 정도로 하고 나머지 절반을 월세로 하는 방식이다. 엘스아파트 109㎡짜리의 반전세 시세는 보증금 3억원에 월 70만원 수준이다. 3억원에 대한 은행 이자는 1200만원, 월 70만원씩 12개월이면 840만원이 된다. 따라서 집주인의 연간 수입은 총 2040만원+α에 달한다. 결국 월세(2440만원+α)>반전세(2040만원+α)>전세(1800만원)의 순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일 정기예금 금리가 연 5%까지 오른다면 집주인은 ▶월세 2540만원+α ▶반전세 2340만원+α ▶전세 2250만원의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임대 수익률은 여전히 월세>반전세>전세의 순이긴 하지만 격차는 상당히 줄어든다.

세입자 입장에선 계산이 조금 달라진다. 전세 보증금을 올려줄 돈이 부족해 은행 대출을 받는다면 전세대출 금리가 세입자의 부담률이 된다. 근로자·서민 대출을 제외한 일반 전세대출 금리는 연 5~6% 수준이다. 여기에 개인 신용도나 대출기간에 따라 대출금의 0.2~0.77%를 보증기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만일 캐피털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금리는 더 높아진다.

송 대표는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이나 반전세로 계약해 집주인에게 부분 월세를 내는 것이나 세입자의 부담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세입자들은 반전세나 월세보다는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세는 없어지는 돈이고 전세는 언젠가 돌려받는 ‘재산’이란 고정관념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금은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라면 은행 이자소득세율은 15.4%가 적용된다. 100만원을 이자로 받는다면 15만4000원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는 뜻이다. 월세는 1가구 1주택이면서 기준시가 9억원 이하인 경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택 기준시가가 9억원을 초과하거나 1가구 2주택 이상이라면 월세에도 소득세(6~35%)가 부과된다. 올해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한해 전세 소득세가 신설됐다. 전세 보증금의 합계가 3억원을 넘는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 3억원 초과금액의 60%에 대해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집주인의 소득으로 간주한다.
 
매매수요는 부진, 전세수요는 초과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은 집값을 떨어뜨리거나 적어도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430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284조6000억원(66%)이 주택 관련 대출이다.

임대시장에선 금리인상이 오히려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상당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보금자리주택 청약 등을 위해 주택구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올해는 전세 공급(수도권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다 금리인상으로 집값 상승 전망이 불확실해지면 ‘매입수요 부진, 전세수요 초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김일수 씨티프라이빗뱅크 부동산팀장은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크게 올리면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금리 급등은 주택구입 수요를 위축시킨다”며 “그만큼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전셋집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올리느냐다. 현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상은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5~0.75%포인트 추가로 인상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한은의 추가 인상폭이 1%포인트 이하라면 주택대출 금리는 연 7%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실수요자는 이전보다 이자부담이 커지긴 하겠지만 대체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은 그만큼 인플레 조짐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은 인플레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라며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인플레 시기의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설 이후 부동산 시장에 최대 관건은 정부가 3월 말로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를 연장하느냐, 마느냐”라며 “DTI 규제가 되살아날 경우 주택경기는 더욱 위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 말 이후 원화값 달러당 17.9원 상승
금리인상은 흔히 원화값 상승(원화환율 하락)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돈은 수익률(금리)이 높으면서 투자위험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수요가 많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고 경제구조가 건전한 데다 금리마저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면 외국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지난해 11월 말(달러당 1159.7원)을 바닥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한은의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값은 한때 달러당 1109원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일에는 1116.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1134.8원)에 비해선 원화값이 17.9원이나 비싸진 것이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대체로 올해 평균 원화값을 달러당 1000~109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주춤하던 원화 강세가 올해는 본격화할 것”이라며 “상반기 평균 환율은 달러당 1090원, 하반기는 1070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연말께에는 원화값이 달러당 1000원 선을 뚫고 98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원화값 상승기에는 환전 시기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로 돈을 보낼 때는 가급적 늦게 보낼수록 유리하다. 해외 송금을 받거나 외화 예금에 잔액이 있다면 일찌감치 원화로 바꿔두는 것이 낫다. 다만 언젠가 다시 외화로 바꿔 쓸 돈이라면 환전 수수료를 감안해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외화 파생상품에 투자해 환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는 달러선물(先物)·옵션과 엔선물·유로선물의 네 종류가 상장돼 있다. 증권사나 선물회사에 증거금(마진)을 맡기고 장외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외화를 사고 파는 ‘FX마진’ 거래도 가능하다. 자신의 예측이 맞을 경우 높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예측이 빗나갈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플레가 심할 때는 금융자산보다 실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물건값과 돈값은 반비례 관계여서다. 실물자산의 대표적인 예는 금이다. 소액으로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신한은행 등이 취급하는 골드뱅킹(금통장)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미니금선물이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은행에 입금한 금액만큼 금을 산 것으로 계산해 통장에 표시한다. 이후 금값이 오르면 이익을 볼 수 있다. 원래는 비과세였으나 지난해 말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금 투자수익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미니금선물은 증권·선물회사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앞으로 금값이 오를 것 같으면 ‘사자’, 내릴 것 같으면 ‘팔자’ 주문을 내면 된다. 투자자가 거래한 시점의 금값과 거래소가 정한 결제일 금값의 차이를 따져 현금으로 정산한다.

다른 실물 투자상품으로는 돼지고기(돈육)선물도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지난해 11월 ㎏당 3000원대 후반에 머물다가 구제역 파동 이후 급등해 지난달 27일에는 ㎏당 705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나흘 연속 하락하며 지난 1일에는 557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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