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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된 포르노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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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해외토픽난을 보다 보면 헐리우드 스타들의 무명시절 포르노배우나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가십기사가 종종 오르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가 한동안의 흥미거리로 회자될 뿐, 그들의 인기에는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우리나라에선 조그만 야한 씬이 나오는 성인만화를 그리기만 하면 청소년보호차원에서 작가를 구속하려는 사태까지 나오는 환경에선 단순한 야한 만화를 그리지 못하게 되는 정도가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의 다양성을 제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만화와 같이 소프트문화산업의 경우의 창작의 자유와 다양성의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인기있는 장르(심의에 걸리지 않을 만한..)에 적당히 교육적인 캐릭터들만 등장하는 만화들이 양산이 되기 마련이다.-한동안 만화가게에서는 스포츠만화와 기업성공만화만 판을 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만화대여점에 가면 국산만화는 학원액션(또는 연애)물 아니면 코믹무협물들만 판을 치고 있다.

세계적인 만화산업국인 일본엔 통칭 18금이라 불리는 만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9세미만 구독불가'(마치 불온서적처럼 보인다)라고 딱지가 붙어서 어느정도 삭제가 되어서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성인만화들은 일본에서는 꽤 큰 출판사들이 회사원은 주 상대로 하는 잡지 등에 연재되는 정도 성인취향의 극화의 일종으로 이 '18금'이란 딱지는 붙지 않는다. 일본에선 '18금'을 지정되어지는 만화는 중요부분(?)을 모자이크나 기타 처리를 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수준에서 본다면 완벽한 '포르노만화'이다. 처리만 확실하게 하면 거의 모두라고 할만큼의 자유로운 환경설정이나 그림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이 [성인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은 만화작가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매체는 일단 사서보는 시장환경에서는 타겟이 작은 대신 빠른 자금회전율을 보여주는 시장이며, 이러한 이유로 주로 유명작가에게는 캐런티를 주기 힘든 군소출판사에서 제작이 되어보다 보니 신인작가라도 어느정도 실력과 체력만 따라와 준다면 다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며, 일정한 장면만 넣어주면 나머진 작가의 재량에 맡겨두는 편이고 보통 에피소드 형식의 스토리위주이기 때문에 긴줄거리를 잘 짜지 못하는 초보작가들의 좋은 아이디어 활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무엇보다도 만화의 기본인 인체묘사 연습을 실컷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일본만화가들중에는 이 [18금만화]와 [동인지]판매수익금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생활의 안정을 통해 보다 실력을 증진시켜 게임의 캐릭터디자이너나 잡지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거쳐 메이져출판사로 진출, (일반만화의)인기작가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작가로는

介 錯 (KAISAKU)

WOWWOW에서 10월달부터 인기리에 방영중인 [강철천사 쿠루미]의 원작자로 원작만화는 카도카와 쇼텐(물론 메이져만화사다)의 [에이스 넥스트]에서 연재중이다. 오오다 진과 시치노에 테루마라는 2명의 공동 펜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화가로 깔끔한 일러스트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이 작가 역시 18금이나 성인동인지에서 꽤 활발한 활동은 벌인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드래곤 로드], [애·천사]등이 있다.

大暮維人(Oh! Great)

국내에서도 출간된 [천상천하]의 원작자이고 최근 애니메이션화된 인기오락게임 [히미코전]의 출판만화버젼을 맡고 있는 이 작가는 미려한 선과 박진감 넘치는 화면구성은 어떤 일류작가한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진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18금으로 나온 단행본으로는 [엔젤 룸], [5] 등이 있다.

唯 登詩樹(YUI TOSHIKI)

광고일러스트레이터였던 경력이 있는 작가로 만화일러스트 작업을 소개하는 난에 자주 예로 소개되어지고 개인 CG작품집을 낼 정도로 실력이 있는 작가이다. 꽤 오래전부터 18금과 일반만화를 동시에 소화해 내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역시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애니메이션에 라디오드라마까지 진행된 [KIRARA](일본 슈에이사刊)가 있다.

이외에도 일본판 뉴타입의 고정일러스트란를 맡았던 YOKIHI나 HANAMIZAWA Q-TARO, 초인기게임인 [TO HEART]의 출판만화('전격대왕'에서 연재중)의 작가 TAKAO UKYOO 등 활동분야를 국한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많은 18금작가출신들이 있다.

포르노적인 만화를 양산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가장 각광받는 산업중에 하나가 된 만화/애니메이션/게임산업 등은 문화콘텐츠산업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5천년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라 하더라도 원재료를 어느정도 가공해 놓은 저작물이라는 요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러한 문화산업물들은 꽃을 피우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작품이 나오긴 위해선 만화가들의 자체검열에 익숙하게 만들어버리는 규제가 있는 토양에서는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소비문화라는 것은 고고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성 확보와 만화의 구매력을 시험 볼 수 있는 구조의 성인만화시장이, 갈 길이 바쁜 우리 출판만화산업과 여타 부가산업 발전의 활력소가 되어줄지도 모를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시장이 생기고 그러한 시장이 적당한 테두리내에서만 커준다면 그것또한 하나의 경제적가치로서 발전될 수 있는것이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다.

- 인간이 만든 것이 99%는 쓰레기같은것이다, 하지만 건질만한 1%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그 99%가 필요한 것이다.-
(제1회 부산환타스틱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의 오시이 마무루감독의 인터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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