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분담 차원 기름값 인하 검토” … 정유사 또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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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기름값을 언급했다. 1일 열린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진행자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그것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에 국제유가가 140달러 올라갔을 때 그렇게(유류세 인하) 했는데 지금은 100달러까지 갔다”며 “국제유가 추세를 보면서 유류세 인하 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유사에 대한 불만을 다시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국내유가는 천천히 내려가는데 올라갈 때는 급속히 올라간다는 인상이 있다. 국민 여론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전긍긍하는지 전전긍긍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기업을 해 봤지 않느냐”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에도 “정유사·주유소 등의 행태가 묘하다”고 했다가 정유사들이 일제히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자 이튿날 “정유사들이 유가를 내려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물러섰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유류세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다. 이날 대통령 좌담회 직전 열린 물가 관련 브리핑에서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유가가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떨어지는 경우와 유가가 14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경우 유류세 인하를 하게 되는데 두 가지 다 충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50달러 수준까지 오른다면 모를까 정상적인 상황에서 세금을 내려 기름값을 떨어뜨리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달 말께 정부가 다시 전·월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민간 건설사를 임대주택 시장에 끌어들이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7조원 정도를 (전세자금 대출에) 배정했다”며 “금융회사 이자가 2~4%인데 이자를 조금 낮춰 서민들에게 7조원 정도 전세 대출을 하면 전세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2% 금리로 건설회사로 하여금 소형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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