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부동의 1위 한우, 굴비에 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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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코너 앞 배송 접수처. 한우 선물세트와 정육 갈비세트의 배송 접수처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각각 6명, 8명의 직원 자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자리를 비운 직원이 많았다. 바로 옆의 굴비·멸치 선물세트 배송 접수처엔 12명의 직원 거의 모두가 전화 응대 중이거나 손님과 마주하고 있었다. 굴비 담당 직원 이경욱(37)씨는 “굴비와 고기는 10만~30만원대로 가격대가 겹친다. 올 설에는 구제역 때문에 고기를 살 사람이 굴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설 선물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한우 정육세트는 그동안 최고의 설 선물 상품으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고객들이 한우 선물을 조심스러워하면서 크기와 가격대가 비슷한 수산물 세트가 수혜를 입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한 50대 회사원은 굴비 세트 3개를 샀다. 이 회사원은 “올해 회사에서 처음 선물세트 구매 업무를 맡은 뒤 어떤 게 적당할지 몇몇 사람에게 조언을 얻었다”며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굴비가 가장 좋을 거라고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26일 강남 신세계백화점 설 선물 특설매장도 한우의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한쪽 벽면은 한우 관련 현수막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여러 브랜드의 한우가 가격과 함께 소개돼 있었지만, 눈여겨보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특설매장 담당 직원은 “구제역 여파가 커질 줄 모르고 미리 준비해놓은 현수막이었다”며 “현재 굴비의 총매출이 한우보다 두 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냉장 진열대 앞에서 고기 샘플을 구경하던 중년의 남성은 “집에 전화를 한번 해보겠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거래처에 보낼 설 선물을 사러 왔다는 강아영(26·여)씨는 “고객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보니 이 시점에서 쇠고기 선물은 왠지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의 한 직원은 “선물 배송 예약이 들어오면 발송 전 고객에게 전화로 ‘설 선물 도착’을 알리는데, 올해는 한우가 간다고 하니까 배송 전에 상품권으로 달라는 고객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유경(31·여)씨는 “구제역 때문에 올해는 고기 선물을 받아도 찜찜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근태 롯데마트 주임은 “지난 20~25일의 판매량을 보면 굴비와 고등어 등 수산물 세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설 연휴 2주 전)에 비해 170% 늘어난 반면 정육은 32%에 그쳤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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