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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보살 뵈려거든 … 보리암, 홍련안, 보문사, 향일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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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낙산사 홍련암

불교에서 관음보살은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다시 말해 소원을 들어주는 보살이다. 우리가 가장 익숙한 경(經)의 한 대목 ‘나무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합니다’란 뜻이다. 관음보살은 우리네 삶과 가장 친숙한 보살이다.

 절은 대부분 관음보살을 모신 법당인 관음전을 두고 있다. 관음전이 없으면 대웅전 부처 옆에 관음보살이 있다. 어머니처럼 인자한 모습으로 왼손에 연꽃을 들고 있는 불상이 관음보살이다.

 관음보살로 특히 유명한 사찰이 있다. 이른바 3대 관음성지, 또는 4대 관음성지로 불리는 명당이다. 남해 금산의 보리암을 비롯해 강원도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를 일러 3대 관음성지라 하고, 여기에 전남 여수 향일암을 더해 4대 관음성지라 일컫는다. 이들 관음성지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바다에 접해 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관음상은 해수관음상이다. 관음보살이 바닷가에 있는 건 인도나 중국도 똑같다.

 3대 관음성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도 도량이다. 해가 바뀔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소원을 빌려고 찾아오는 애끓는 중생이 끊이지 않는다. 무속인도 자주 들락거리지만, 요즘엔 사찰에서 무속행위를 단속해 많이 줄었다.

 낙산사 홍련암은 동해안 벼랑에 매달려 있다. 신라 의상대사가 홍련암에서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홍련암에 가면 법당 마룻바닥을 봐야 한다. 마룻바닥에 8㎝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아래로 절벽에 부딪히는 거센 흰 파도가 보인다. 2005년 화재로 낙산사 가람 대부분이 불에 탔지만 홍련암은 화를 면했다. 홍련암은 특히 재물과 관련한 소원을 잘 들어준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홍련암에서 20분쯤 낙가산을 오르면 16m 높이의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바닷바람 들이치는 해안 절벽이라 몸을 가누고 서 있기도 힘든 곳이다. 그러나 아무리 칼바람 몰아쳐도 절을 올리는 중생은 끊이지 않는다. 해수관음상에서 원통보전까지 5분쯤 산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 이름이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다.

 강화도 보문사는 석모도에 있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신라 선덕여왕 때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회정대사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보문사에 가면 꼭 둘러볼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가 석실에 모셔진 나한 석상이다. 돌로 빚은 22개의 석조 나한인데 여기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옛날 어부가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졌는데 사람 모양의 돌덩이 22개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어부는 돌덩이를 바다에 던지고 다시 그물을 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돌덩이들이 올라왔다. 그날 밤 꿈에 노승이 나타나 어부를 꾸짖었고, 어부는 다음 날 지금의 보문사 석굴 앞까지 돌덩이를 옮겼다. 관음사찰 치고는 특이하게 민간 신앙의 요소가 짙다.

 다른 한 곳은 마애 관음좌상이다. ‘마애’란 ‘바위 벼랑을 갈다’는 뜻이다. 즉 마애 관음좌상은 바위 벼랑에 새긴, 앉아 있는 관음보살상이란 뜻이다. 사실 관음좌상보다 관음좌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더 의미가 있다. 오랜 세월 발길에 닳은 대리석 계단 300여 개를 꾸역꾸역 올라야 한다. 보문사는 건강에 관한 소원에 신통하다는 얘기가 있다. 이 계단 몇 번만 오르내려도 건강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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