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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밑에 설평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2호 06면

쒝Naksan #8168쒞( 2010), Laserchrome Print, 237.2?167.2줢

눈 덮인 산하는 장쾌하다. 눈은 모든 것을 덮은 듯하지만 이제 곧 녹아내려 모든 것을 드러내리라는 것도 안다. 사진작가 권부문(56)의 대형 화면은 보는 이를 강원도의 설산과 눈 덮인 낙산의 바닷가로 시원하게 안내한다. 현대 사진기술로 인화할 수 있는 가장 긴 길이라는 가로 5m의 대형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 자연은 오롯하다. 온몸으로 눈을 견디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 흩날리는 눈발을 머금은 모래밭과 거칠게 품어 안는 파도는 묘하게 대비된다.

‘사진작가 권부문 개인전-산수와 낙산’, 1월 12일~2월 27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문의 02-720-1524

작가는 자신의 사진에 메시지는 없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보라고 말한다. 대상 그 자체에 집중하는 자세가 온갖 상징으로 뒤덮인 세상에 때론 필요하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그것이 산수를 통해 자신을 성찰했던 선비들의 마음가짐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산수 연작 12점과 낙산 연작 22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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