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꼼짝 않는 고용률을 움직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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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요즘 한국 경제는 쾌청해 보인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경제위기에 불안해 하던 2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은 좋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째 꼼짝 않고 있는 고용률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2010년 9월 현재 기준 한국의 고용률은 59.1%로 최근 5년간의 고용률 수준(59.5~59.8%)보다도 낮아 문제로 지적이 되고 있다. 일본·미국·스웨덴 등 선진국의 고용률은 70%를 상회하는데 이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고용률이 낮은 경제성장은 취업자와 미취업자 간 소득 불균형 심화를 의미하므로 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성장과 번영의 전제조건이다. 이점에서 2020년까지 고용률을 70%까지 상향시킬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0국가고용전략’을 정부가 발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수년간 정체상태에 있는 고용률을 생각하면 목표가 너무 야심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현재의 노동가능인구 4070만 명을 기준으로 매년 44만 개의 일자리가 순증가해야 하나, 최근 2년간 일자리의 순증가는 47만7000개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발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10년간 일자리 순증가 속도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2020년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2007년의 평균 고용유발계수(5.8)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매년 76조원의 순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2007년 해외직접투자로 130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는데 1년에 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해외로 이전되는 매년 7만 개의 일자리를 보충하려면 추가로 매년 12조원씩을 더 투자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유인을 줄이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규제완화, 세율인하, 인재육성 등의 유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10년간의 고용 창출목표 달성에 서비스업 활성화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제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투자비 10억원당 제조업은 2.7명을 고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업은 이보다 세 배 이상인 9.1명을 고용할 수 있다. 매년 일자리 44만 개를 모두 제조업에서 순창출한다고 가정하면 163조원을 추가 투자해야 하나 서비스업에 추가 투자할 경우 48조원이면 족하다. 이런 극단적인 가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이는 서비스업 육성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절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업 육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제조업 육성을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산업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발전은 컴퓨터 제조업과 통신 장비산업의 발전을 기반으로 할 때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의료·보건 사업 역시 관련 첨단장비와 시설이 기반이 돼야만 보다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이나 보험산업 역시 탄탄한 기반을 갖춘 제조업이 고객으로 있어야만 국제경쟁력을 보다 용이하게 갖출 수 있다.

즉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 제조업을 희생하고 서비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영국이 금융위기를 헤어나오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주자(朱子)는 “편안할 때에 어려울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 후에 후회하며,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安不思難敗後悔 春不耕種秋後悔)”고 했다. 고용률 제고는 국가 번영의 씨를 뿌리는 가장 절실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산업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묘안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 각계의 의견을 널리 모아 ‘2020 고용전략’의 실행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은 어려울 때를 대비하는 일이다.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