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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뚫린 성곽길, 안쪽으로 걸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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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장충동 일대의 서울성곽길이 최근 복원됐다. 20일 오전 왼편으로 멀리 신라호텔(붉은색 큰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성곽길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서울성곽길.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장충체육관 뒤쪽으로 5분가량 걸어가니 성곽을 따라 길이 나 있었다. 햇빛이 돌담을 두드렸다. 하얗게 쌓인 눈도 반짝였다.

 “중요한 문화재라고 하지만, 우리한텐 정다운 동네 담벼락이지 뭐.”

 산책 나온 이영란(55·중구 신당동)씨가 말했다. 주민들에게 정겨운 돌담이지만, 서울성곽(사적 10호)은 600여 년의 역사가 돌 틈마다 스며든 소중한 문화재다. 서울시가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을 ‘역사·문화 탐방로’로 꾸미는 이유다.

 시가 성곽길을 본격 정비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6월. 남산~인왕산~북악산~낙산을 잇는 20㎞ 구간이다. 18.6㎞인 서울성곽보다 이를 따라 난 성곽길이 좀 더 길다. 북악산 구간(서대문~숙정문)과 낙산 구간(흥인지문~낙산 정상) 등 이미 산책로가 있었던 곳을 제외하고 남산을 중심으로 길을 꾸몄다. 2009년 말에는 낙산 정상에서 혜화문까지 길이 열렸고, 이달 초엔 장충동에 서울성곽길이 개통됐다. 장충체육관 뒤편부터 신라호텔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반얀트리클럽(옛 타워호텔) 앞까지 성곽 안쪽을 따라 걷는 산책코스다. 그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지만 신라호텔·민주평통의 협조로 성곽 안쪽에도 길이 뚫렸다. 1090m 길을 걷는 데 30여 분이 걸렸다.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해 올 초 마무리됐다.

 성곽 바깥을 따라 걷는 길도 말끔히 정비됐다. 돌길이 목재데크로 바뀌고, 난간도 생겼다. 이곳을 출근길로 이용하는 직장인 김승애(50·여)씨는 매일 아침 성곽길을 걸어 동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김씨는 “경사가 심했던 곳에 계단이 놓여 걷기 편하 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보는 성곽의 높이는 4~6m. 하지만 안쪽으로 걸을 때는 어른 허리에서 어깨 높이의 얕은 담이다. 그래서 이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처음엔 바깥쪽으로, 나중엔 안쪽으로 걸으며 정취를 느낀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 2012년까지 성곽길 조성을 마무리 할 것”이라며 "20㎞의 서울 성곽길을 다 돌아보는 데 13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고 말했다.

 서울성곽의 복원은 성곽길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현재 18.6㎞의 성곽 중 6㎞가 소실됐다. 1975년부터 일부 복원이 시작됐고 2007년엔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손을 잡고 본격적인 공사에 나섰다. 2014년까지 완공하고 2015년 이후에는 사유지인 4㎞ 구간을 매입해 복원할 예정이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서울성곽길=서울시는 성곽 주변의 사정에 따라 성곽 안쪽 길(내부)과 바깥 길(외부)을 정비하고 있다. 북악산 구간은 안쪽 길이 사정이 좋고, 낙산 구간은 안쪽과 바깥 길을 교차해 오갈 수 있다. 안쪽 길을 가장 걷기 좋게 만든 곳은 이번에 개통한 남산 장충동 구간(1090m)이다. 20㎞의 성곽길을 완공하려면 성곽이 남아 있는 곳을 따라 1.6㎞를 더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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