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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발표와 실제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경기가 빠른 속도로 되살아난다는데 일자리는 안 보인다. 이 역시 착시(錯視)
현상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9월중 실업자수는 전 달보다 17만2천명 줄어든 1백6만9천명이다. 실업률은 0.9%포인트 낮아진 4.8%이다. 실업자가 엄청나게 줄었다는 얘기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업률만 보고 실제 실업자수의 증감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일자리를 찾다가 포기한 실망실업자(구직포기자)
들은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실망실업자수는 지난 8월 기준으로 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포함시키면 8월 실업률은 발표 실업률보다 2.6%포인트 높은 8.3%로 뛰어오른다”고 말한다. 고용구조에 대해서도 상시근로자수가 급격히 줄고 1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여전히 IMF 직전 수준에 못 미치는 등 경제위기 이전보다 불안정한 상태라고 그는 지적한다. 박광재 전경련 조사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의 9월 실업률은 5.1% (4.8%는 ILO

국제노동기구) 기준)이며 올해 9월에 낀 추석이 지난해 10월이었던 점을 감안, 계절 조정을 하면 실업률은 5.5%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론을 근거로 “실제 실업자수는 1백20만∼1백3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실업률 하락이 통계적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에 달할 실망실업자를 합하면 실업자수는 더 늘어난다.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아직 많다는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취업자의 구성면에서도 최근의 고용 추세는 불안정적이다. 우선 나이를 보자. 취업 적정 연령이라고 할 수 있는 20, 30대의 취업은 각각 2.2%, 0.7% 늘어난 반면 정규직이라고 보기 어려운 15∼19세는 25.8% 늘었다.특히 남자들의 경우 15∼19세는 40.8% 늘었으나 20대는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19세 미만 중 상당수는 추석 대목 때 임시로 고용된 아르바이트원일 가능성이 크다. 여자 취업자 중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늘어난 40대(10.4%)
와 19세 미만(15.2%)
도 대부분 정규직이 아닐 것이다.

산업별로 보면 여자 제조업 종사자가 14.1%나 늘었는데, 이들 역시 추석을 앞두고 생산 보조 인력으로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향은 직종별 취업자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집단은 10.3%가 증가한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직 종사자다. 여자는 무려 14.3%가 늘어났다. 반면 사무직은 오히려 3.4% 줄어들었다.

이같은 불안정한 고용추세는 상용이냐 임시냐 또는 일용이냐를 따지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통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9월 상용근로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9% 줄어들었다. 반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10.3%, 32.8% 늘어났다. 특히 여자 일용직 근로자는 36.5%나 늘었다.

취업시간별로 따져도 불안정적이기는 마찬가지. 안정적인 고용이라고 할 수 있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3.5% 느는 데 그친 반면 36시간 미만은 15.4% 늘었다. 18시간 미만도 9.5%나 늘어났다.

박조사역은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공기업 민영화, 정부조직 개편, M&A(인수·합병)
를 통한 금융회사들의 대형화 추세도 장기적으로 고용여건을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들이다.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의 부채비율 2백% 맞추기도 신규 고용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필재 기자] 이코노미스트 제 510호 199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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