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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비즈니스벨트’ 발목 잡힌 한나라, 대전 간다 못 간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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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홍준표, 서병수(왼쪽부터)

한나라당이 예정대로 19일 대전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 수 있을까.

 답은 ‘아직 모른다’다. 불과 이틀 남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정을 다시 검토해 보자”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17일 “아직 (대전에) 간다, 안 간다 말 못한다. 실무 검토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대전행은 정운천(호남)·박성효(충청) 최고위원의 지명을 계기로 이들 지역을 챙기겠다는 차원에서 결정된 거였다. 그러던 중 민주당·자유선진당이 “(충청에서) 세종시를 지켜냈듯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도 지켜내겠다”며 충청권을 달아오르게 했다. 이들 야당은 이날 충청지역 광역단체장까지 포함한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추진협의회’도 구성했다. 이런 기류 속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전을 찾는다면 과학벨트 문제를 외면하기 어렵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이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청권 최대 현안이 과학벨트 구축사업인데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충청 도민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을 지켜 충청도에 구축한다는 원칙만 확인되면 불필요한 논란은 해소된다”고 말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비공개로 바뀌자 세종시 계획 수정론자인 홍준표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박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대전에서 회의를 열면 과학벨트의 충청행을 당이 결정하는 듯 보일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건 당이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한다. 그러자 주류 소장파인 나경원·정두언 최고위원과 친박계 박성효 최고위원이 “세종시 문제 때도 (공주·연기로) 가네 마네 했지만 결국 가게 되지 않았느냐”며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주자고 주장했으나 홍 최고위원은 “정부와 협의 없이 무리하게 하면 지난번처럼 당정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안상수 대표가 대전행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과학벨트에 대한 정부 입장을 듣고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그렇다고 정부의 입장이 당장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일부 최고위원이 원하듯 ‘충청 이전’을 못 박을 수도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도 하다. 현행 세종시 관련 법엔 과학벨트 부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 나와 있지 않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재경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서 “절차에 따라 법에 따라 (선정)하면 된다”며 “당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후보지가 수백 곳이라면 수백 곳을 다 보고, 점수를 매겨 결정하는 게 현행법 규정”이라고 했다.

 미묘한 대목은 또 있다. 세종시 논란은 행정부처가 충청권으로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충청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관심이 크다. 여당으로선 충청권뿐 아니라 다른 지역 민심까지 살펴야 할 딜레마에 빠졌다.

고정애·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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