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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투 셰프 2기 - 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⑫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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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젊은 셰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전한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미션투셰프’ 2기가 이번 회로 끝난다. 미션투셰프 1기(지난해 2월~7월)에서는 8명의 셰프가 ‘글로벌 한식팀’과 ‘코리안 파스타팀’으로 나뉘어 한식을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시작한 2기는 ‘한상차림’ ‘일품요리’ ‘현지음식’을 주제로 6명의 셰프가 참여했다. 시간이 흐르며 셰프들의 아이디어는 더 풍부해졌고 감각은 날카로워졌으며 생각은 더 깊어졌다. 셰프가 아니라 예술가·철학자가 되어가는 듯했다.

글=이정봉 기자 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한상차림   양지훈(남베101) 셰프

김치볶음밥, 브런치로 세계에 내놔도 경쟁력 있답니다

한상차림이 낭비라고? 한상차림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차림새다. 서양의 코스 메뉴는 잘 대접받는다는 느낌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영양적으로 균형이 맞는 요리를 한번에 대접하는 한상차림은 갈수록 바빠지는 현대인의 식생활에 딱 맞는다. 건강식 트렌드, 이국적인 맛 등의 이유도 있지만 스시가 세계인의 인정을 받은 이유도 신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바쁜 뉴요커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한상차림은 풍성히 먹는 저녁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형식면으로 오히려 아침·점심 혹은 브런치에 어울린다. 서양의 식탁도 아침·점심에는 한상차림에 가깝다. 서양인의 아침식사인 토스트, 달걀 프라이, 구운 베이컨, 으깬 감자의 조합은 한상차림이나 다름없다. 영양 균형이 잡힌 음식을 빠르고 맛있게 먹는 방식이다.

 그래서 한상차림의 경쟁력은 느긋한 저녁보다는 바쁜 아침·점심 식사 시간에 있다. 매번 저녁 위주로 하던 메뉴를 간소화해 브런치에 어울리도록 맞췄다. 김치볶음밥에 곁들인 베이컨 육수다. 김치볶음밥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외국인도 잘 먹는 음식이다. 무엇보다 빠르고 편히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다양한 재료를 한데 담는 볶음밥은 영양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양념된 김치 대신 백김치를 써서 외국인의 식성을 고려했다. 다만 양식에 비해 화려하거나 밝은 색감을 살릴 수 없어 시각적인 매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꽃처럼 소품을 써 밝은 느낌을 주려 했다.

간소화된 브런치용 한상차림. 왼쪽부터 김치볶음밥과 베이컨 육수.

 ‘미션투셰프’에 참여한 6개월 동안 내 나름대로의 한상차림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한상차림의 문제점으로 지목받았던 반찬 수를 크게 줄이고, 누구나 먹기 편한 상을 차리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간편성을 노리면 격이 떨어지고, 영양을 고려하면 화려함이 덜해진다. 이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차림새를 찾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 건 한식을 거창하게만 만들려고 하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식의 정의는 한국 국민의 70~80%가 즐기는 음식, 일반 가정집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소개하고 현지화하고 발전시키는 게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한상차림(김치볶음밥, 베이컨 육수)

● 김치볶음밥

재료 │ 버터 40g, 소고기 30g, 마늘 5g, 양파 30g, 백김치 150g, 밥 200g

만드는 법  1 팬에 버터를 두르고 먹기 좋게 썬 고기와 채소·김치를 넣고 볶는다. 2 팬에 밥을 추가로 넣고 센 불에서 볶은 뒤 고슬고슬하게 익으면 그릇에 담는다.

● 베이컨 육수

재료 베이컨 1㎏, 양파 200g, 당근 100g, 샐러리 50g, 통마늘 5쪽, 물 3L

만드는 법 1 냄비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베이컨과 채소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약한 불에 볶는다. 2 냄비에 물을 부은 뒤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1시간가량 우려낸다. 3 고운 채에 맑게 걸러 그릇에 담아 낸다.

일품요리  조인택(플라자호텔) 셰프

코스 요리 같네요, 된장 소스 스테이크 먹은 뒤 동치미 셔벗

일품요리지만 코스메뉴처럼 만들었다. 하나의 일품요리에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저트가 다 들어갔다. 애피타이저는 입맛을 돋우는 냉이소스의 관자요리, 메인은 된장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디저트는 시원한 동치미다. 봄나물, 된장, 동치미로 이어지는 메뉴는 한국의 정서를 전달하면서 코스 위주인 서양의 음식 문화에도 잘 맞는다.

 추운 겨울, 봄이 다가오는 것을 기원하며 대표적 봄나물인 냉이로 소스를 만들고 달래를 스테이크에 곁들였다. 쌉쌀한 봄나물은 식욕을 돋우고 향도 좋다. 냉이는 삶으면 쌉쌀한 맛이 약해지는 편이라 날것 그대로를 썼다.

 된장찌개는 그 자체로 한식의 대표 메뉴다. 한식의 바탕에 흐르는 정서는 정성과 손맛이다. 시간의 힘을 빌려 빚어낸 된장은 이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재료다. 서양요리의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의 소스로 쓰면 무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된장의 맛이 고기 자체의 맛을 덮지 않고, 조화를 이뤄 입에 착 감긴다.

 스테이크를 먹은 뒤에는 뒷맛이 개운하도록 동치미를 배치했다. 동치미 국물을 살짝 얼려 셔벗을 만들었다. 그냥 내놓으면 식사를 끝낸 뒤 미적지근해질 수 있다. 얼려놓으면 식사를 하는 도중 셔벗이 녹아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한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미션투셰프’ 프로젝트를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다. 양식을 만들며 한국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걸 금기시해 왔다. 이도저도 아닌 무늬만 ‘퓨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만든 요리는 모두 한국 음식재료를 썼고, 조리법만 서양식을 활용했다. 전통 장류를 소스로 쓰거나 먹는 방식을 약간 비틀자 한식도 충분히 세계에 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메뉴처럼 차린 일품요리. 왼쪽부터 냉이소스의 관자요리(애피타이저), 된장소스의 안심스테이크(메인), 동치미 셔벗(디저트)

안심구이와 달래향의 된장·두부 소스

재료 안심 180g, 된장·두부 소스(된장 200g, 고추장 10g, 다진 마늘과 다진 파 2g, 풋고추 1개, 참깨·참기름·샐러드유 약간, 정제수 50mL, 두부 4g)

만드는 법  1 팬을 달군 후 기름을 두르고 고추장을 볶는다. 2 팬에 된장, 다진 마늘, 다진 파를 추가로 넣고 조금 더 볶아준다. 3 볶은 고추장·된장, 다진 마늘, 다진 파에 물을 조금 붓고 잘 섞은 뒤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고운 체에 거른다. 4 풋고추를 향이 나도록 살짝 볶은 뒤 3과 함께 냄비에 넣고 끓인다. 끓으면 달래·두부를 넣고 살짝 익히고 불을 끈다(계속 끓이면 맛이 텁텁해질 수 있다). 5 통깨와 참기름을 약간 넣어 소스를 마무리한다. 6 안심을 구운 뒤 소스를 뿌린 접시 위에 얹어낸다.

냉이소스 얹은 관자살

재료  관자살 2개, 냉이 200g, 잣 50g, 파마산 치즈 30g, 올리브오일 20mL, 양파·샐러리·딜 약간, 소금·후추와 화이트 와인 약간

만드는 법  1 손질한 냉이와 올리브 오일, 물, 잣을 넣고 곱게 믹서로 간다. 2 체에 받친 후 거르고 치즈를 뿌려 냉이소스를 완성한다. 3 관자살은 반으로 잘라 양파·샐러리·딜을 위에 올리고 소금·후추, 화이트 와인을 약간 뿌려 간을 한다. 4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5~7분 굽는다. 5 익은 관자살에 소스를 얹고 그릇에 담아낸다.

현지음식  김정현(부산파라다이스 호텔) 셰프

외국인들 꺼리는 멍게로 찜요리, 거슬리는 향은 김치로 잡았죠

앞서 곰장어와 파전을 소개했다. 항구도시인 부산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특유의 짙은 향을 뽐내는 멍게와 돌멍게를 택했다. 양식이 대다수인 멍게와 달리 돌멍게는 자연산만 가능한 고급 식재료다. 맛도 조금 더 고급스럽다. 하지만, 멍게와 돌멍게 모두 외국인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니다. 알다시피 멍게는 모양·향·맛·식감이 굉장히 독특하다. 게다가 멍게는 날로 먹는 것을 빼고 별다른 조리법이 대중화돼 있지 않다. 마지막 프로젝트라 도전적인 재료를 선택하고 싶었다.

 멍게에 맛을 부드럽게 하는 크림·치즈를 섞고 갖은 채소를 얹은 찜요리를 만들었다. 프리타타(이탈리아식 오믈렛)식으로 둥글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맛깔스럽다. 하지만, 요리를 만들며 개성 있는 식재료인 멍게에 궁합이 들어맞는 채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무난하면서 멍게의 향을 다소 다스릴 수 있는 호박과 양파를 넣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었다.

바다 냄새 물씬 나는 해산물 요리. 불그스레한 멍게찜과 짙은 빛깔의 돌멍게찜.

 일단 식감을 보완하고자 김치를 넣기로 했다. 잘게 썬 김치는 물컹한 멍게에 씹는 맛을 더했다. 김치를 물에 씻어 양념 없이 넣었다. 그런데 김치가 멍게의 불필요한 향을 잘 잡아줬다. 김치가 그래서 한식의 어떤 식탁에도 빠지지 않는가 보다.

 막상 만들었지만 실패하지 않을지 오븐에 굽는 동안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동료들과 요리를 먹고 나서는 안도했다. 멍게 특유의 향과 다른 채소가 오묘하게 잘 어우러진 맛에 동료들도 놀랐다. 멍게의 향 중 거슬리는 부분을 채소·김치가 잘 잡아주었고, 크림과 치즈가 맛을 더 풍부하게 했다.

 ‘미션투셰프’에서 세 번 요리를 하는 동안 부산의 향토 음식, 풍부한 식재료를 다 알리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부산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요리를 재해석해 세계인의 입맛에 맞을 요리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국인의 입맛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통할 수 있는 부산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멍게찜

재료  멍게 1개, 달걀 30g, 크림 40g, 김치 20g, 양파 10g, 호박 10g, 파마산 치즈 15g,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멍게는 상단으로부터 5분의 1 정도까지 껍질을 잘라낸 뒤 속을 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멍게 껍질은 속을 채워 오븐에 찔 때 쓰므로 남겨둔다). 2 김치는 물에 양념을 씻고 먹기 좋도록 잘 다진다. 3 팬에 양파와 다진 김치를 볶다가 멍게를 넣고 함께 볶는다. 4 볶은 양파·김치·멍게에 섞어둔 크림·치즈·달걀을 얹은 뒤 껍질에 담고 13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약 20분간 굽는다.

돌멍게찜

재료   돌멍게 1개, 달걀 30g, 크림 40g, 양파 10g, 호박 10g, 버섯 5g, 홍·청 피망 5g, 마늘 3g, 파마산 치즈 15g

만드는 법  멍게찜과 동일. 단 볶은 버섯·피망·마늘을 더 넣어 풍미를 짙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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