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섹션 ‘j’ 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4면

신영복 교수를 커버로 인터뷰했습니다. 그가 자주 쓰는 글귀인 “함께 가자, 우리”처럼 우리 사회가 좌우를 아울러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람을 신 교수와 이혜영 객원기자가 함께 걷는 이미지로 형상화해 봤습니다. 그런데 2% 부족한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 교수께 j의 제호를 붓글씨로 써주십사 부탁했습니다. 신 교수가 흔쾌히 수락해 연하장처럼 아름다운 지면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걱정이 생겼습니다. 신 교수와 혜영씨가 너무 다정해 보여 사모님이 질투를 하시는 건 아닐지 말입니다. 중앙매스컴 대선배님의 넓으신 아량을 기대합니다.

◆사진과 동영상은 전혀 속성이 다른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항상 유혹에 시달립니다. 이번에 또 그랬습니다. 신영복 교수가 인터뷰 도중 애창곡을 불렀거든요.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이건 동영상이다!’ 그런데 70-200mm 렌즈를 든 나와의 거리는 약 8m. 부랴부랴 24-70mm 렌즈로 갈아 끼우고 노랫소리가 녹음될 만큼 다가가니 끝.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노래 하나에 분위기가 산 신 교수나 이혜영 객원기자의 표정이 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건 사진이다!’ 다시 뒤로 물러나며 렌즈를 갈아 끼웠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신 교수가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부베~ 부베~ 흠흠흠~.” 이런 ‘된장’. 그래도 한껏 업(up)된 두 사람의 사진을 잡았으니 다행입니다. 노래는 끝났고 고민은 진행 중입니다. ‘소리가 들리는 사진’을 찍는 것이 제 꿈입니다. 물론 음성파일이 더해진 동영상이 아니라 환청처럼 소리가 느껴지는 그런 사진 말입니다. 이건 더 어렵지요. 평생 불가능할지 모른다고 얘기했더니 “다음 주에 소리 들리는 사진 안 가져오면 방출!”이라는 에디터의 호령이 돌아왔습니다. <박종근>

◆“‘파워스타일’에 한번 출연하시죠. 언제가 좋을까요?” “지금 오시죠, 뭐.” “옷이나 소품을 준비하시려면 시간이….” “오시면 됩니다. 기다릴게요.” 서른세 번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취재원은. 원래 ‘파워스타일’은 ‘벌거벗는’ 지면입니다. 불심검문하듯 겉옷 들추고, 주머니 뒤져 명사들은 뭘 입고 뭘 가지고 있나를 알아보자는 게 취지였지요. 그런데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기가 쉽지 않지요. 때로는 너무 비싼 옷이기에, 때로는 너무 허름한 구두여서 취재원들은 망설였습니다. 소지품이라기보단 애장품을 꺼내 오는 사람도 많았지요. “이번은 ‘지~대로’네.” 득달같이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이대 관현악과 배일환 교수가 훌러덩 벗고 보여준 건 겉모습보다는 직업정신과 나눔의 가치가 어우러진 ‘내면의 스타일’이었습니다.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실 백화점을 찾던 저도 얼마 전부터는 ‘동대문표’를 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도 착하지만 제 취향의 옷이 많다는 걸 발견한 거죠. “역시 나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더니 팀원들이 이구동성 외쳤습니다. “너(선배), 원래 동대문 아니었어(요)?” <김준술>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창규 · 김준술 · 성시윤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기자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