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오르면 코스피 오른다? … 이젠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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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 객장 전광판에 빨간불이 우수수 들어왔다. 한국과는 반대로 미국의 빨강은 주가 하락을 뜻한다. 미국 10대 도시의 집값이 하락했다는 소식이 화근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도화선이었던 주택 가격 하락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46.47포인트(-0.4%) 떨어진 1만1006.02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날인 12월 1일 한국. 개장 직전엔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워낙 뉴욕 증시를 따라 움직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SK에너지·현대자동차 등이 토끼뜀을 하면서 코스피지수는 24.69포인트(1.4%) 올라 1929.32가 됐다. 중국에서는 금리를 올리느니 마느니 온갖 설이 퍼지면서 상하이지수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피·다우·상하이 세 지수가 제각각 다른 길을 간 것이다. 이달 11일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현지시간 기준으로 전날인 10일 다우지수는 0.3% 떨어졌지만 코스피지수는 0.4% 상승했다.

 올 들어 각 나라 증시의 ‘마이 웨이(My Way)’가 뚜렷해지고 있다. 조짐은 지난해 중반부터 보였다. 대우증권이 지난해 5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6개월간 각국의 주가지수 흐름을 분석했더니 세계 증시는 비슷하게 오르내렸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미국 S&P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0.68,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의 상관계수는 0.62였다. 상관계수가 1이면 완전히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이고, -1이면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의미다. 0부근이면 ‘아무 관계없이 완전히 따로 논다’로 해석된다. 통계학적으로는 0.5 이상일 때 대체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로 분류된다.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한국·미국·중국 증시가 한통속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미국 증시가 어땠는지 살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12월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본지가 12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코스피지수와 각국 대표 주가지수의 등락률 상관계수를 따져본 결과 0.5를 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우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19, 상하이지수는 0.34였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0.44로 그마나 한국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경기 회복 속도 차이, 이른바 투 스피드(two speed)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처럼 빠르게 경제가 나아지는 시장과 미국·일본 등 거북이걸음을 하는 곳에서 확연히 다른 주식 투자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중국 증시가 따로 노는 데 대해서는 “중국은 자기네 긴축 정책에 민감하고, 한국은 여기에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각국 증시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전날 미국의 주가지수가 올랐을 때 다음 날 한국도 좋을 것으로 생각해 야간 선물시장에서 지수 선물을 사는 등의 투자 전략은 당분간 효과적이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조태훈 연구원은 “올 1분기까지는 각국 증시가 ‘마이 웨이’를 부르짖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2분기부터는 풀린 돈의 힘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유동성 장세가 뚜렷해질 것이어서 글로벌 증시의 강력한 동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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