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축 리모델링 반대 정부 보고서 근거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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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달 27일 정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서 가구수 증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리모델링추진단지들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사업 추진을 대부분 중단했고, 건설업계는 수직 증축이 위험하다는 용역결과가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회가 용역보고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내부 자료를 만들어 관심을 모은다.

협회는 이 자료를 기초로 정부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를 상대로 의원 입법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협회가 작성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대증축 등의 타당성 연구결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LH토지주택연구원에 발주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대증축 등의 타당성 연구’ 결과 보고서를 10여개 항목으로 나눠 반박한다.

반박 내용 중 눈길을 끄는 첫 번째 부분은 정부가 “설계도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준공 후 유지관리 이력이 관리되지 않아 기존 건축물 성능파악이 한계”여서 증축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 대한 것이다.

“증축 리모델링 설계도서 없어도 구조물 진단으로만 가능”

업계 전문가들은 이 논리를 “상식 부족”이라고 강하게 반박한다. 반박 자료에 따르면 이미 리모델링 작업을 할 때 설계 및 시공에 관한 건물이력관리 기록은 필요 없고 구조물의 상태가 가장 중요하며 법이 정한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사업방향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구조적으로 양호한 경우에만 리모델링을 하고, 불량하면 재건축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설계도서, 이력관리 존재 여부를 떠나서 현재 기술력으로 안전진단을 통해 아무런 문제없이 사업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용역보고서에서 “최근 리모델링은 대규모 철거 및 증축이 되어 유사재건축으로 3.3㎡당 공사비(290만~320만원)가 재건축(364만원)에 가깝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장됐다고 반발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사비 차이는 골조부위 활용도 차이(마감공사는 재건축과 같은 비용)로 연구용역보고서처럼 몇몇 단지가 아니라 실제 사업을 제안한 리모델링 단지 18곳과 재건축 재개발 단지 32곳의 평균 공사비를 비교하면 리모델링 공사비는 재건축 공사비의 78% 정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 철거비율은 기존의 당산평화아파트는 22%, 도곡동신 아파트는 31% 등으로 제각각”이라며 “일률적으로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공사비 차이가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모델링을 주거유형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건 ‘넌센스’”

정부 보고서에서 주요하게 언급한 선진국 사례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한다. 업계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우리나라와 같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주요 주거 유형이 아니어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은 주거형태와 주거환경 등이 우리와 달라 전면 철거보다 부분 갱신, 문화자원 활용 등의 측면이 큰데 우리처럼 주요 주거 유형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의 리모델링을 단순 비교했다는 비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공동주택 가구수 증축 리모델링이 해외 사례가 없어서 문제라면 가구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시행해온 공동주택 재건축도 해외에서 유사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을 할 때 내진보강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용역 결과에 대해서도 업계는 “다양한 리모델링 사업에서 실제 내진보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아무런 연구 검토없이 당위성만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리모델링 설계에서 내진보강을 위해 기존 건물이 아닌 증축 부위를 통해 내진보강 시공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부가 원칙으로 강조하는 대수선 리모델링을 통한 내진보강은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 충격으로 피해 발생우려가 더 크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주장했다.

내진보강을 위해서도 증축 리모델링이 훨씬 안전하다는 논리다.

협회 관계자는 “용역보고서는 증축 리모델링은 유사 재건축이라고 안되고 대수선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로 작성돼 있으나,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는 내진성능 보강을 위해서 증축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요약 보고돼 있다”며 “연구보고서와 요약 보고문에 모순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리모델링 용역보고서 신뢰할 수 없다” 적극 대응 밝혀

LH용역보고서에 대한 협회의 반박 자료 작성을 담당한 현대산업개발 이근우 부장은 “최종 LH용역보고서는 LH가 2010년 7월5일 중간 보고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대증축을 위한 구조안전성 확보 및 법제개편 방안’에서 제시한 내용의 상당부분이 누락되고, 그동안 리모델링 추진단체에서 제시한 많은 대안에 대한 어떤 검토도 이뤄지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모델링이 안 된다면 기존 노후 공동주택을 어떻게 재정비하겠다는 것인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추가적인 인센티브 없이 기존대로 전용면적 30% 증가를 적용한 용적률에 맞춰 일반분양을 가능하도록 하는 ‘용적률총량제’, 일반분양으로 인한 가구수 증가 7% 범위 내 제한, 수직증축 가능 층수 3개층 이내 제한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하루 속히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협회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17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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