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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나만의 음악 스튜디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PC 혁명이 좋은 점 한 가지는 아마추어들도 마치 프로처럼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페인트숍 프로·아도비 프리미어·마이크로소프트 퍼블리셔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수정하고 동영상을 편집하며 멋들어진 소식지를 제작한다. 그러나 음악은 어떤가. 세상의 어느 컴퓨터도 악기를 못 다루거나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을 훌륭한 가수로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뮤직홀 2000이라는 뉴욕의 한 작은 신생업체 덕택에 그것도 옛날 얘기가 될 것 같다. 이들은 MP3(음악 압축파일)를 제공하는 여느 웹사이트와는 다른 차원의 계획을 갖고 있다. 이용자들이 미리 녹음된 ‘샘플’ 음악 자료나 기존 팝송의 악절을 이용해 자신의 곡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평범한 음악 애호가들을 작곡가로 탈바꿈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대넌(24) 뮤직홀 사장은 “고된 강습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사람들을 자신의 사운드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 스튜디오에 수백 달러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음악을 녹음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최고업무책임자 애덤 스트라우스(25)도 “우리는 소비자를 음악 프로듀서로 만들 방법을 찾아냈다”며 한 마디 거들었다.

뮤직홀을 이용한 작곡은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베이스 라인을 깔고 드럼이나 기타 반주를 삽입한 뒤 호른을 후렴으로 첨가하는 식이다. 어떻게 하든 사용자 마음이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의 실험 뒤 클럽의 쿵쾅거리는 댄스 음악과 아주 비슷한 곡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일반 컴퓨터 사용자가 부담없이 조작할 만큼 직관적이면서도 전문가 수준의 CD를 만들 만큼 강력하다.

뮤직홀 측은 이 프로그램이 전문 음악연주자뿐 아니라 완전 초보자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손쉽게 다른 사람과 교환하거나 미래의 팬들에게 배포할 수 있도록 그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통합할 예정인 것도 그 때문이다.

뮤직홀 2000에는 소프트웨어와 웹사이트(www.mh20.com) 두 부분이 있다. CD롬에는 버추얼 스튜디오 프로그램과 한 질의 샘플이 들어 있다(프로그램은 애시드 DJ 2.0과 사운드 포지 4.5 등 소닉 파운드리社의 음악 에디터 두 개로 이뤄진다). 샘플을 편집하면서 에코 효과를 추가하거나 템포를 조절하고 심지어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 추가 장비를 갖추면 자신의 노래나 연주도 녹음해 첨가할 수 있다.

그러나 뮤직홀의 진정한 잠재력을 보려면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CD에 담긴 샘플이 떨어지면 웹사이트에서 새 것을 내려받을 수 있다. 스크린의 세계지도를 이용해 인도의 현악기 시타르나 콩고의 드럼박자를 고를 수도 있다. 그중에는 무료 샘플도 있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있다.

뮤직홀은 인기 비트를 제공받는 대가로 수입의 일정한 몫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유명 프로듀서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여러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오디오 그래피티 홀은 회원들의 홈페이지로 이뤄진다. 자신의 샘플과 곡을 올려 다른 사람들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스타 트랙스 홀에서는 매주 뮤직홀의 대가들이 솜씨를 겨루는 경연대회가 열린다.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해 샘플이나 곡을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뮤직홀을 이용해 작곡한 짜깁기 형식의 음악이 일반인에게 먹혀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조도 있다. 닥터 드레·RZA·로니 사이즈·팻보이 슬림 등과 같은 DJ 겸 프로듀서들은 힙합·일렉트로니카 같은 음악 장르의 부상에 힘입어 각광받기 시작했다.
마치 루이 암스트롱이 트럼펫을 연주하듯 그들은 턴테이블과 음악 샘플러를 현란하게 조작하며 인기곡·무명곡 가릴 것 없이 토막낸 뒤 재조합하는 식으로 매출 1백만 장이 넘는 플래티넘 히트곡을 탄생시킨다. 뮤직홀의 창설자들도 최신 유행음악과 떠오르는 인터넷의 힘을 결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11월 초부터 www.mh20.com에서 제공된다. 더글러스 프라이스(22)·스트라우스·대넌 등 뮤직홀의 창업자 세 명은 몇 가지 야심적인 홍보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학은 물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료 배포하는 것 등이다. 시범적으로 그룹 우탕클랜의 RZA와 GZA 등 소수 업계 관계자들에게만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2년 전통의 웹사이트 hip-hop.com의 창설자 알렉스 아키노는 이렇게 말했다. “힙합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5만 달러짜리 음악 스튜디오 대신 훌륭한 사운드 카드가 장착된 컴퓨터 한 대면 그만이다. 1천 달러면 족하다.”
그러나 막강한 뮤직홀과의 경쟁에 직면한 믹스맨 스튜디오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시 게이브리얼은 아마추어들에게 샘플을 판매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아직 성공한 사람도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10대들이 전통적인 형태의 음악 대신 샘플 음악을 더 많이 접하게 될 전망을 모두 좋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재즈 평론가이자 순수파인 스탠리 크라우치는 “샘플 음악을 편집하는 가장 똑똑한 뮤지션 10명도 지능이 내 수준에 못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작품이 세련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작품을 만들기가 힘들다고 해서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런 형식이 미래의 도도한 흐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음악 프로듀서들이 샘플러를 통해 옛 곡들을 발굴, 새로운 히트곡을 제조하듯 뮤직홀 2000과 그 뒤를 따를 소프트웨어들은 음악혁명을 대중 속으로 퍼뜨릴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소프트웨어가 부상하면 턴테이블 대신 노트북 컴퓨터가 미래의 음악 기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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