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감찰팀장마저 수뢰 혐의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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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 감찰팀장이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운영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드러났다. 마침내 터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마침내’라는 수식을 다는 것은 그 성격이나 시점이 매우 시사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건의 성격.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영국 역사학자 액튼 경(卿)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경고는 역사의 가르침이다. 권력은 집중될수록 부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청와대는 권력의 상징이다. 헌법엔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권한은 입법·사법부에 비해 절대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다. 권력이 집중된 청와대이고, 또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기에 그 직원들의 부패 가능성에 대한 감시는 늘 강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튼 경의 확신을 증명하듯 청와대 공직자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번엔 문제의 정도가 더 심각하다. 청와대 직원들의 부패를 감시하는 책임자인 감찰팀장이 직접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공직자들의 복무점검과 기강확립을 위해 가장 눈을 부릅떠야 하는 대목이 바로 뇌물이다. 그런데 그것을 감시해야 할 감찰팀장이 뇌물을 챙기고 있으면 대책이 없다. 뇌물을 챙기는 감찰팀장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수뢰(收賂)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는가. 권력의 중심에 부패 감시 시스템이 망가진 셈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비리 없는 정권’이라 주장한들 누가 믿겠는가.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함바집 운영업자 유상봉은 권력자들을 찾아다니며 뇌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수십 년간 사업을 해왔다. 그가 돈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더욱이 경찰 출신 배건기 감찰팀장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경찰 고위간부들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다. 무엇보다 배 팀장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부터 신임을 얻어 후보 시절 경호를 맡았고, 취임 후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감찰이란 요직을 맡아왔다. 신임이 크고 권한이 광범하기에 그간 몇 차례 부적절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켜왔다. 배 팀장 역시 절대권력의 일말을 향유한 끝에 절제를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터진 시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4년 차에 접어든 시점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는 보수는 부패의 관행에 둔감하기 쉽다. 이번 사건은 매 정권 임기 말 반복돼온 권력형 부패를 예고하는 동시에 경고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는 대개 권력의 힘이 떨어져 갈 때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청와대 감찰 시스템이 망가진 상황에서 어떤 다른 부패가 있었을지 우려된다.

 권력은 내려놓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지난 정권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스스로 뼈를 깎아낼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