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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의사 결정, 동물적 감각, 정보 공유 … 그게 속도경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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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호 27면

윤윤수 회장

Q.과거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산다』는 책을 쓰셨는데 속도경영이 뭔가요? 윤 회장의 경영철학은 뭡니까? 윤윤수표 경영론은 뭔가요? 윤윤수의 리더십 스타일은 어떤 겁니까? 나름의 용인술도 있나요?

경영구루와의 대화<4>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⑤

A.얼굴 마주 보고서 하는 결재를 안 한 지 한 20년 됐습니다. 그러니 임원들이 결재 받으러 와서 기다릴 일이 없죠. 결재판이 책상에 쌓이는 일도 물론 없습니다. 결재는 전부 인터넷으로 하는데 건당 1분도 안 걸려요. 클릭 한 번으로 끝나죠. 제 방에 오는 사람은 대부분 결재판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들고 저에게 설명하러 오는 겁니다. 방문은 늘 열려 있죠.

결재를 이렇게 빨리 할 수 있는 건 그 전에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다니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때그때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즉석에서 이야기를 듣고서 저도 이견이 없으면 바로 동의하는데 그게 곧 제 방식의 결재입니다. 인터넷으로 하는 결재는 이를 보완하는 절차 같은 거죠. 결재 문건에 문맥에 맞지 않는 용어나 틀린 철자가 눈에 띄어도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 비즈니스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런 속도를 이길 회사는 없어요.

속도경영의 요체는 말하자면 빠른 의사결정입니다. 의사결정을 빨리 하려면 틀에 박힌 절차에 얽매이지 말아야 돼요. 이와 더불어 해당 분야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동물적인 감각을 갖춰야 합니다. 그럴 때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죠. 강력한 리더십은 오너십에서 나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도 오너십을 요구합니다. “미스터 김, 그 일 오너십을 가지고 하세요” 하는 식이죠. 이때의 오너십은 주인의식 같은 겁니다. 말로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권한을 위임합니다. 대신 책임지고 일할 것을 요구하죠. 저희 회사는 오너가 많습니다. 프로젝트마다 매니저가 아니라 오너가 있는 셈이죠. 일의 성과에 대한 기대치는 아주 높습니다. 퍼펙트 하게 일을 해내야죠.

속도경영의 또 다른 영역은 정보의 빠른 공유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8시에 임원·사업부장들과 회의를 합니다. 여기서 제가 갖고 있는 정보를 비롯해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를 서로 공유합니다. 회사가 일정한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려면 내부에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해야 합니다. 이렇게 속속들이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과거엔 CEO들이 중요한 정보는 잘 털어놓지 않았죠. 굳이 득실을 따지더라도 저는 정보를 공유할 때 득이 더 크다고 봅니다.

윤윤수표 경영론이라, 우선 저는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례로 국내에 있을 땐 아침 7시면 출근합니다. 회장이 수십 년째 7시에 출근하면 직원들에게 굳이 8시까지 출근하라고 지시할 필요 없습니다. 다음으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저는 평소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듣는 걸 즐깁니다. 남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다 보면 그 속에 문제의 해답이 있습니다. 이렇게 귀 기울여 경청하다가 해답이다 싶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공개적으로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줍니다. 말하자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거죠. 어쩌면 열린 경영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마지막으로 공사 구분을 엄격하게 합니다. 가령 경조사에 부조를 할 때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면 부조도 회사 경비로 처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합니다. 외부인과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용도로 쓰려고 비서에게 월 1000만원씩 개인 경비를 맡겨둡니다. 그런데 CEO가 이렇게 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아마 90%는 부조금을 공사 구분 없이 회사 경비로 처리할 걸요. 그러면 전표를 정리하는 경리과 직원들이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이런 이야기가 회사 안에 퍼지면 결국 직원들도 CEO를 따라 하게 돼 있어요. 그래도 본을 보이지 못했기에 나무랄 수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 휠라코리아의 보이지 않는 룰입니다.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할까요?

한편으로 직원들이 각종 유혹을 받지 않도록 급여를 넉넉하게 지급하려고 합니다. 판공비도 아예 급여에 포함시켰죠. 휠라코리아의 급여 수준이 썩 높은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직원들은 상장으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저는 구내식당에 가면 직원들과 섞여 함께 밥을 먹습니다. 우리는 식당에 임원석이 따로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저도 배식대 앞에 직원들과 같이 줄을 섰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너무 그러는 것도 안 좋다고 해서 지금은 자리에 앉아 있고 다른 사람이 대신 식판에 밥을 타다 줍니다.

직원들은 복장이 자유롭고 대부분 청바지 차림입니다. 넥타이 매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분위기는 자유분방하다 못해 어수선하죠.

딱히 용인술이라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저는 거의 면접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팀장들이 자기가 데리고 일할 사람을 직접 인터뷰해서 뽑죠. 사람을 뽑을 때 관상을 보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안목은 없습니다. 그보다 회사에 들어와 함께 일하다 보면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가 쌓여 팀워크가 형성된다고 보는 입장이죠.

대외적인 네트워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성실하고 진실되게 행동하면 신뢰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보통 내가 약간 손해 보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데 이런 처신이 성공적인 네트워킹으로 이끕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속이지 않고 속이 상해도 견디고, 꾹 참는 겁니다. 아마 대인관계에서 어쭙잖게 용인술을 발휘하려 들었다면 오히려 실패했을지도 몰라요.



기획·정리=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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