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직종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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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걸.벨걸에서 세이프티걸까지' . 최근 들어 여성의 사회진출 영역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남성 전유물로만 여겼던 '금녀(禁女)직종' 에 20대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이는 올들어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여성취업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자' 여성 취업생들이 과감히 '직종파괴' 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다음달 1일 정식 개장에 맞춰 신입사원 5백명을 선발했다. 성별.나이.학력을 완전 배제한 능력위주의 채용 결과 여성이 일반 호텔 여성 비율보다 두배 가량 많은 60% 이상 뽑혔다.

특히 호텔 정문에서 고객의 차문을 열어주는 '도어걸' 2명, 손님을 객실까지 안내하고 짐을 운반하는 '벨걸' 5명, 호텔 내 보안을 책임지는 '세이프티걸' 6명 등(사진) 남성 전유물로 여겨왔던 직종에 여성들이 대거 선발돼 눈길을 모았다.

이들은 모두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재원(才媛)들로 이달 초부터 현장에 투입돼 실전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벨걸 朴현옥(23)씨는 "서비스 업종은 고객만족이 최우선이므로 세심하고 친절한 여성이 훨씬 유리하다" 며 "무거운 짐을 들 때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남성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할 자신이 있다" 고 의욕을 보였다.

또 최근 보안요원을 모집한 종합경비업체 에스텍 시스템의 경우 지난해엔 여성이 한명도 뽑히지 않았으나 올해는 5대1의 경쟁을 뚫고 10명이 합격했고 대형 외국계 손보업체도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을 매니저 요원으로 선발하는 등 여성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화여대 표경희 취업정보실장은 "IMF사태 이후 취업 성차별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당히 취업문을 통과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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