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지원대책 수술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해온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자금이 여기저기서 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감사원이 지난 6,7월 두달간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벤처자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세간의 설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IMF관리체제하의 최대 난제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이 지원자금에 대한 허술한 관리로 인해정작 벤처다운 벤처기업은 설자리를 잃게 되고 사이비 벤처기업은 독버섯처럼 퍼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이 밝힌 정부기관들의 지원자금 운용실태를 보면 과연 이들이 벤처기업의개념을 알고나 있는지 또 신청업체에 대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업체''에 자금지원을하는가 하면 허위서류를 제출했거나 자격미달업체에 큰 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벤처자금이 새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람이 기계설비를 바꿨다면서 벤처자금을 지원받았고 다른 사람의 사업장을자기가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 자금을 신청했다가 적발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실적 위주의 벤처산업육성정책,기술평가인력의 전문성 부족,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혼동하는 자금지원정책, 잦은정책변경 등 벤처기업인들이 볼멘 소리로 열거하는 문제점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격 미달업체가 정부의 저리 벤처지원금과 중소기업지원자금 등을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허위로 꾸며주는 악질 벤처브로커들이 날뛰고 있는 것이다.

또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중기청, 지자체 등으로 지원금 집행부서가분산돼 있는데다 상호 연계가 없어 자금을 중복해 타내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금까지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파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을 위한 과감한 실천이다. 그렇지 않고서는매년 4조원을 투입, 오는 2002년까지 2만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정부 목표 달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우선 기술력, 사업성 등을 따지는 사전심사를더욱 강화해야 함은 물론 현장 행정을 통한 사후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등 원리원칙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벤처기업들이 자율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벤처기업들의 주문이다.

그러나 제도개선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실력과 의욕, 자신감을 갖고 신기술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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