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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 ‘정의’열풍 지피고, 인문서 바람 이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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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이클 샌델’이란 이름은 우리 지식사회에서 익숙한 기호가 됐다. 5월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나온 이후다. 샌델의 책 제목에 담긴 ‘정의’가 출판계를 휩쓸었다. 교보문고 기록이 상징적이다. 2010년 베스트셀러 종합 1위다. 교보문고가 1981년 개점한 이래 인문서의 종합 1위는 처음이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9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6주간 1위를 지킨 기록도 놀랍다.

 샌델의 하버드대 정치철학 강의를 엮은 이 책은 80만부 판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도 예상 못한 돌풍이다. 그 배경으로 여러 요인이 제시된다. 샌델의 하버드대 간판이 우선 지목된다. 하버드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심성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책 제목의 매력이 상승작용을 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이 잇따라 이 책을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러 일으킨 ‘공정 사회’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정의와 공정의 의미상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정치와 출판의 역학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한 해였다. 정의를 알고 싶어하는 민초의 바람이 투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덕분에 인문서가 유례없이 출판시장을 이끌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샌델의 바통을 이었다. 10월 출간된 그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의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정의 열풍’의 연속으로도 풀이된다. 인문서 열기는 30∼40대 남성 독자를 서점으로 불러들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지난달 21일까지 조사한 집계에 따르면 인문분야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7% 늘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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