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일반분양 불허’에 주민•업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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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리모델링을 할 때 가구수를 못 늘린다’는 정부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1기 신도시를 비롯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리모델링 추진은 물건너갔다”며 실망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국민주택기금으로 저리 대출을 통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취등록세 등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지원책도 발표됐지만 ‘가구수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에 다른 지원책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이번 리모델링 용역보고서를 못 믿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공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대증축 등의 타당성 연구’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한다.

리모델링 용역 보고서 공식 정부 입장인가

정부가 특정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때는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함께 용역결과 보고서를 첨부해 공개한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단순히 용역결과 보고서만 국토부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이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참여해 내놓은 결과물인 만큼 정부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어떤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용역 보고서는 단순한 용역보고서일 뿐이라며 좀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평촌 목련2단지 이형욱 리모델링주택조합장은 “국토부에 이번 보고서에 대한 공청회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최종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리모델링 때 수직증축, 가구수 10% 증가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최규성 의원(민주당)측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번에 공개된 것은 단순한 용역결과 보고서일 뿐이며 공식적인 정부입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번 보고서 내용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LH토지주택연구소 용역 과정에 국토부가 참여해왔고, 비공개 토론회 등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조율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보고서이기 때문에 진짜 용역보고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란도 불거진다.

당초 LH토지주택연구소에서 지난 9월 공청회를 개최하기 전까지 만들어진 보고서 내용에는 수직증축이 안전에 문제없다는 내용이나, 새로운 정비사업방법으로 ‘준재건축’이란 형태로 일반분양 허용 가능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열린 리모델링 확대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면 ‘수직 증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용역보고서에 포함돼 있다는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원은 몇몇 언론을 통해 이런 내용의 연구를 좀 더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최종 결과물에선 이런 내용이 모두 언급조차 안됐다.

해당 연구과정에 전문가 자문 역할로 참여한 A건설 관계자는 “당초 리모델링을 하면서 일반분양이 나오는 것을 가정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이 논의 됐다”며 “최종 결과물에선 언급조차 없이 모두 빠져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연구 용역 결과물에 칼질을 할 거면 연구 용역은 왜 맡긴 건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용역 보고서 문제 많아 반박하겠다”

용역 보고서를 놓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겠다며 준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29일 보고서 내용에 대한 비공식 전문가 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법의 구조 안정성에 대한 문제나 건축법과 주택법을 비교해 증축을 못하도록 규정한 부분 등만 봐도 논리적 모순이 한 둘이 아니다”며 “정부가 처음으로 입장을 공개한 만큼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할 때 현재 시행 중인 일괄적인 30% 면적 증축을 모두 적용하지 않고 일부를 가구 수 증축에 활용하도록 하는 총량제 도입 방안은 고밀도 개발 등의 문제 없이 일반분양을 늘리는 방법”이라며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을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증축 리모델링에 대해 부정적인 정부 시각을 드러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1기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분당 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등도 공동으로 대책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을 진행했던 LH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리모델링은 개보수 중심의 수선’이라고 정의가 명확해 졌기 때문에 더 이상 리모델링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 가구수 증축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거세진다면 ‘준재건축’이든, ‘유사재건축’이든 새로운 재정비 제도를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적으로 새로운 재정비 제도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하지만 아직 준재건축 등 새로운 재정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임태모 과장은 “이번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리모델링 추진단지에 국민주택 저리대출, 취등록세 및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 위한 관련 부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아직 다른 추가 계획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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